1978년 부도 직전의 미국 크라이슬러자동차회사 사장에 취임한 리 아이아코카는 그때의 심경을 `하느님이 인간으로 하여금 1,2년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만든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인간은 자살해 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자서전에 적었다. 연봉 36만달러의 아이아코카는 회사의 회생을 위해 연봉을 1달러로 삭감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연봉 1달러의 리더십’이 회사를 기사회생시켰다. 아이아코카 이후 미국에선 `연봉 1달러’CEO’가 계속 배출됐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11년째 연봉 1달러를 받고 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등 공동 설립자 3인, 야후의 테리 시멜 회장, 유기농식품업체 홀푸드의 존 매키도 그 대열에 올랐다. 얼마 전 세계 최대 보험사 AIG의 에드워드 리더 CEO도 올해와 내년에 연봉 1달러씩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미 자동차업계 `빅3’의 CEO들도 최근 자구안을 내면서 연봉 1달러를 제시했다. 천문학적 적자에도 거액 연봉을 챙긴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제스처다. `연봉 1달러’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어 그 효력은 미지수다. 아이아코카 때는 고통 분담의 의미가 컸고,2000년대 초반 IT업계의 불황 때는 다른 주주들이 돈을 벌 때만 자기들도 돈을 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최근에는 `연봉 1달러’를 `거부(巨富)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이들이 스톡옵션과 보너스, 주식 등을 통해 엄청난 이득을 올리기 때문에 `무늬만 연봉 1달러 CEO’라는 빈축을 사기도 한다. `연봉 1달러’가 양면성이 있지만, CEO의 책임성과 기업 회생의 의지는 읽을 수 있다. 글로벌 경제 한파가 몰아치는 한국에서도 CEO들의 `연봉 1000원’선언은 없는지…. “그것은 우리가 뭉쳤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우리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아이아코카의 말을 되새겨 본다. 金鎬壽/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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