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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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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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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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박목월이 `겨울 새벽’이란 글에서 사철의 새벽을 비교했다. 그는 봄의 새벽은 준엄한 정결성보다는 식물성적(的)인 윤기를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여름 새벽은 부드러움보다는 시원하게 찬란하고, 가을 새벽은 부드럽거나 시원하기보다도 투명하게 아름답다고 했다. 겨울 새벽은  광물성적(的)인 것으로서 냉혹할이만큼 정결한 광휘(光輝)와 찬람함을 지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새벽은 종교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구약성경 `여호수아’에 나오는 구절이 일례다. “여호수아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시쳇말로 여호수아는 `새벽형 인간’이었던 모양이다. 날마다 새벽을 열고 기도에 힘쓴 이 지도자는 마침내 모세를 대신해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 땅에 들어간다.
 우리나라 헌정사엔 수많은 구호들이 명멸했다. 그 가운데 압권은 `못살겠다  갈아보자’라고 생각한다. 자유당 독재정치에 마침표를 찍자는 호소가 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정치의 새벽은 민주화였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부르짖고 다닌 사람은 야당투사 김영삼이었다. 그는 마침내 `새벽 대통령’이 됐다.
 민선4기 김관용 경북호의 도정(道政) 구호가 선정됐다.“새벽을 여는 경북· 일자리가 있는 경북”이다. 흔히 구호에 감초처럼 들어 있는 `영광’이니 `위대’니 하는 표현은 없다.대신 부지런히 일해서 잘 살아보자는 서민형 염원같은 게 느껴진다. 옛날부터 우리는 새벽을 사랑하는 민족인 것같다. “동창이 밝았느냐/노고지리 우지진다/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南九萬>
 인용하다보니 50일 가까이 파업하고 있는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이 생각난다.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인 일자리를 놔두고도 그들은 새벽의 근면을 잊었고 또 잃었다. 한푼 벌이도 없는 지가 어느덧 두 달이 다 돼간다. 그들은 왜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일까.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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