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CEO들의 자살과 한국 재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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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CEO들의 자살과 한국 재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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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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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혈세 탕진해도 뻔뻔한 우리나라 재벌들
    (뉴스앤뉴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궁극 목표는 무엇인가. 새해 들어 언론을 통해 접하는 세상의 각박한 소식들은 새삼 이런 철학 명제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일부 언론에 `거부(巨富)들의 자살’이라는 표제로 보도된 몇몇 세계 대기업 CEO들의 최후도 그런 성찰을 제기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보도에 따르면 아돌프 메르클레(74)라는 독일의 억만장자가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난에 시달리다 회사 인근에서 열차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새해 벽두인 지난 5일 밤에 일어난 일이다. 그는 제약회사에서 시멘트 회사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체를 경영하며 직원 10만여 명을 고용해 2007년 미국 경제주간 포브스 조사에서 독일 5위 부자로 기록됐던 사람이다. 독일에서 재산 순위 5위라면 세계적으로도 30위권에 들 것이다.
  같은 날 스티븐 굿(52)이라는 미국 부동산계 거부가 시카고 인근 수목원에 주차된 자기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총기 자살로 결론 내렸다. 그는 아버지가 창업한 미국 굴지의 부동산 경매업체인 `셸던 굿 & 컴퍼니 옥션스 인터내셔널’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했다.
  앞서 프랑스계 투자회사인 액세스 인터내셔널 어드바이저스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르네티에리 마공 드 라 빌위셰(65)라는 부호도 지난 해 12월 28일 뉴욕 맨해튼 소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살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14억 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진 뒤였다.
  이들 거부들의 죽음이 말해 주는 건 무엇인가. 세상에 흔히 있어온 대로 파산한 경영자의 비관자살일 뿐이라고 넘겨 버리기엔 어딘가 미흡하다. 좋게 보면 경영 실패의 책임을 자기 한 몸에 짊어지기 위한 최후의 결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달리 보면 그들의 자살은 그들이 이루고 향유해온 부의 크기에 비해 인생에 대한 겸허한 마음가짐이 결여됐던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도록 한다.
  부(富)라든가 명예나 권력에 대한 갈망은 애초 그것들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보다 한번 가졌다가 잃어버린 사람에게 더욱 절실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거부들의 자살은 오랫동안 누렸던 영화에 대한 목마름을 이제는 도저히 해소할 길이 없다는 절망감에서 연유했을 터이다. 부호들의 자살을 고운 시선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세계적인 경제 한파 때문에 초래된 비극이라는 점에서 동정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부호쯤 되면 그 부의 성취 과정 자체가 교훈일 수 있듯이 파산 후에도 세상을 향한 일깨움이 있어야 한다. 파산후의 선택도 겸허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보면 부호들의 자살은 삶에 대한 반면교사일 뿐이다 “저렇게 살다 저렇게 죽으면 안 된다”는….
  우리나라에서도 펀드 매니저나 중소기업을 이끌었던 경제인들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투자자들의 돈을 `날린` 책임을 지고 목숨을 끊은 증권사 직원의 죽음은 참 가슴 아프다. 또 평생 10여명 직원과 형제자매처럼 기업을 일궈오다 경제위기에 견디다 못해 강원도 깊은 산골에 들어가 나무에 목을 맨 중소기업 사장의 얘기는 너무도 안타깝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벌 가운데 천문학적인 회삿돈을 떼먹고 감옥에 갔거나, 국민혈세인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뒷주머니에 챙긴 추악한 인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자기 사무실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공작에 엮여 비자금을 대주다 검찰에 불려가 혹독한 조사를 받다 이를 못견뎌 몸을 던졌을 뿐이다. 우리나라 악덕 기업인과 재벌들의 목숨은 외국 갑부들과 우리 중소기업인의 목숨보다 질기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에는 돈 한 푼 손에 쥐지 못하고 이승을 하직할 텐데 말이다.
  새삼 프랑스가 낳은 위대한 작가의 한사람인 카뮤의 어록이 떠오른다. “인생의 황혼 무렵에 이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사랑 했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평가될 것이다” 새해 초입에 살아가는 일의 엄숙성을 생각하며 다시 마음의 옷깃을 여미게 된다.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 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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