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과외순-성적순이 아닙니다”
  • 경북도민일보
“행복은 과외순-성적순이 아닙니다”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9.0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비경쟁같은 사교육의 무모함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

 
 2008년 통계청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부모의 절반이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내고 싶어 한다. 국민들은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대하여 실망하는 정도가 아니라 짜증을 내고있다.그런데, 아이러닉하게도 얼마 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 교육제도를 본받아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추켜세웠다.
 미국 지식인들은 우리나라나 일본의 교육제도에 주목하였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를 퇴학당하거나 자퇴하는 학생들이 많아 골칫거리다. 학교를 다녔는데도 글을 쓰지도 못하고 덧셈과 곱셈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다. 국제 수학경시대회나  과학경시대회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늘 상위권을 차지해왔다. 미국사람들의 부러움을 살만도 하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골치 아픈 교육문제는 공교육이라기보다 사교육이다. 공식 통계자료로는 사교육비 규모가 21조 원이라지만, 2007년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실제 사교육에 쓴 돈의 규모는 교육예산보다 많은 약 33조 원이라는 조사결과도 있고 국방예산에 버금가는 약 22조 원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사교육 극성이 자녀를 가진 학부모에게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젊은 부부들은 사교육비 때문에 애를 못 낳겠다고 말할 지경이다. 학원에 안 보내고 과외를 안 시키면 내 아이들만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있는 돈 긁어모으고 없는 돈 쥐어짜서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고 과외를 시키려고 애를 쓴다.
 사교육이 왜 극성을 부리게 되었을까? 공교육이 부실해서 그렇다. 따라서 우리나라 공교육의 질을 높일 필요성은 절실하다. 정부가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 한다. 29조 원에 가까운 추경예산이 발표되었는데, 학교교육시설 환경개선에 1조 원이 넘는 금액이 추가되었다.
 우리나라 사교육 비대화가 공교육 부실 탓만은 아니다. 더 심각한 요인이 있다. 사교육의 주된 목적은 자녀들의 입시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명문 학교에 입학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어떤 교수는,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사교육열은 `신분상승의 열망’이라고 단언했다.
 사교육은 경쟁상대가 그만두지 않으면 자신도 멈출 수 없는 “군비경쟁”과 비슷하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군사적으로 압도하려고 군비확장 경쟁을 벌였다. 군사대국들이 서로 군비확장 경쟁을 벌이면 모두가 똑같이 강해지기 때문에 군사력의 균형이 깨지지 않는다. 즉 군비확장에 쓴 돈은 헛돈이 된다는 것이다.
 사교육도 똑같다. 학부모들이 똑같이 사교육비를 줄인다고 하자. 학부모와 자녀들 모두 스트레스를 덜어 행복해질 것이다. 자녀들 누구도 입시경쟁에서 더 유리해지거나 더 불리해지지 않는다. 사교육비만 고스란히 절약하게 된다. 이 절약된 돈을 걷어서 물을 깨끗하게 하고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며 범죄를 줄이는데 쓴다고 하자. 우리 모두 전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자녀의 입시 경쟁력을 높이려는 학부모 마음 속에는 자녀를 돈 잘 벌고 출세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돈벌이나 출세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행복을 위한 수단이다. 우리 각자가 정말로 바라는 최고의 가치는 결국 각자의 행복이다.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진 사회에서는 고소득이나 출세가 행복에 기여하는 정도는 점차 떨어진다. 그 대신 다른 것들, 예컨대 화목한 가정, 좋은 인간관계, 보람 있는 일 등이 행복에 점점 더 중요해진다. 지난 반세기 선진국의 경험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문턱에 와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돈벌이와 출세가 행복의 주된 원천이 되지 않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자녀들을 정말 행복한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면, 이들에게 가정의 중요성을 가르치며, 이들의 잠재력을 길러주고 좋은 인간성을 가지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행복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의 궁극적 목적임을 강조한다. 사교육이 사회적 낭비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곧 사교육을 없애는 근원적인 대책이다.  (pressia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