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단두대’ 앞의 마리 앙투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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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단두대’ 앞의 마리 앙투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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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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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위성 발사에도 여전히 배고픈 인민들
 
 4월 5일. TV를 켠 북한 인민들은 장엄한 광경을 보았다. 로켓이 하늘로 치솟는 모습에 열광했다. 잠시 후 광명성 2호는 궤도에 진입, 혁명가를 송신해왔다. 이어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이 공장과 농장을 시찰하는 1 시간짜리 기록영화가 나왔다. 이 동영상은 작년 8월 김정일이 중풍을 맞은 후 처음 보여주는 것이다. 두 장면은 김정일이 나라를 굳건히 통치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김정일도 발사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 번영하는 공화국의 승리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광란의 짓거리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 마디로 김정일의 약점, 그가 통치하는 나라가 멸망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정일은 자신의 유한성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67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건강도 좋지 않다. 자신이 죽기 전 후계자를 정해 김 씨 왕조를 이어갈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저승사자가 눈에 어른거리고 머리 속은 한없이 복잡하다.
 핵무기 그리고 핵탄두를 원하는 목표물까지 운반할 수 있는 탄도 미사일 기술을 개발한 것은 분명 가벼이 여길 수 없다. 그러나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시도는 실패했다. 1998년 이후 세 번째다. 따지고 보면 핵과 우주 클럽에 가입하겠다는 것부터가 망상이고 실수였다. 겨우 얻은 것은 정권의 권위에 대한 일말의 신뢰였다. 이것도 겉으로만 그렇다.
 북한에서는 인민들의 기초적 생필품마저 공급하지 못한다. 중국 식 시장경제를 해볼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나 정권붕괴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엉거주춤한 상태다. 김정일 정권은 스탈린주의와 동양적 전제주의를 합성한 잡종 권력형태다. 이 체제에서 권력은 왕조처럼 아들로 승계된다. 김정일은 세 아들을 두었으나 누구도 권력 승계에 적임자가 아니다. 그러나 좋지 않은 건강 때문에 이 중 하나를 후계자로 뽑아야 하고 이를 군부와 엘리트 권력층에 설득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인민들이 김정일의 말을 액면대로 믿지 않는 조짐들이 있다. 4월 7일자 로동신문은 흥미 있는 기사를 실었다. 김정일을 프랑스 혁명 때 처형된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했다. 앙투아네트는 루이 16세의 왕비. 기사는 인민들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정권의 영광을 위해 더 희생하자는 것이다. “비록 장군님께서 장엄한 승리를 쟁취했지만 인민들의 삶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쓰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있으며, 장군님의 가슴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인민들은 아직 이해하고 있다”고 신문은 주장했다.
 김정일을 압박하는 요인은 또 있다. 한국이다. 2007년 12월 한국에서 보수 정권이 선출됨에 따라 대북정책은 변했다. 대북원조에는 핵 포기라는 조건이 붙었다. 한국이 경제성장과 함께 북한과 비교도 안 되는 1등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인민들도 알고 있다. 북한은 남한과의 문을 닫았다. 그러면서 미사일 발사 쇼를 벌였다.
 오바마 행정부 출현도 김정일 쇼를 가져온 요인이 되었다. 평양은 부시 시절 미국의 “적대적 자세”를 부단히 불평했다. 아시아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이 원하는 모든 것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음을 암시했다. 북한이 핵만 포기하면 한국전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평화조약 체결, 북미수교, 대규모 경제원조 및 투자를 제의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사일 발사는 더 큰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술책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은 또 오판을 한 셈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 및 일본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6자 회담 및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을 뿐 그 외의 거래에는 단호한 입장을 보인다. 시간은 김정일과 그의 흔들리는 정권에 유리하지 않다. 북한과의 문호를 닫을 필요도 없지만 원조를 제공하지 못해 안달할 필요도 없다.
 이상은 미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 부소장 다니엘 스나이더가 4월 9일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이다. 스나이더 부소장은 칼럼 제목으로 “그들에게 로켓을 먹게 하라(Let them eat rockets)”고 썼다. 굶주리는 북한 인민들 입에는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을 넣어 줘봐야 소용없다는 조롱이다.   (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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