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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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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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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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둥지기는 비가와야 모를 심을 수 있는 논이다. 하늘바라기, 하늘받이라고도 한다.한자어로는 천수답(天水畓)이다. 하늘의 처분만 바라는 것은 보(洑)에서 논까지 물이 들어오는 길이 없는 까닭이다. 이 물길을 물끈이라고 한다. 참으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정경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만 같다.
 이 참상이 글쟁이들의 글거리가 되어 가끔 나타난다. 이훈종의 `오사리잡놈들’의 한 대목을 옮겨본다. “부지런한 농사꾼은 말라붙은 놉다바닥을 두 번 세 번 먼지가 나도록 갈아 놓았다가 비가 와 축축하게 젖기만 해도 모를 낸다. 꼬창이로 구멍을 뚫고 꽂으면 꼬창모, 호미로 파고 심으면 호미모라 하는데….” 이런 농사도 모내기 시기는 있다. 밤송이를 겨드랑이에 끼워도 따갑지 않을 때에 모를 내야 가을걷이를 할 수 있다고 농사꾼들은 말한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이런 천수답이 어디있느냐고 종주먹을 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경북 일대에 어제 모처럼 단비가 내렸다. 강수량은 20㎜ 안팎이라고 한다. 지난해 가을부터 계속돼온 가뭄이 풀리려면 한 번에 100㎜넘게 세 차례는 쏟아져야한다고 한다. 그렇고 보면 단비는 내렸다 하나  완전 해갈까지는 턱도 없는 강수량이다. 그래도 농민들은 웃음꽃을 피워가면서 반기는 분위기다. 마치 경북지역이 천수답 시대로 되돌아 간 것만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지금 경북 지역의 물 부족은 심각하다. 댐 바닥은 거북의 등처럼 갈라졌다. 수몰되기 전 마을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판이다. 안동·임하·영천댐은 저수율이 20%대로 내려갔고 운문댐은 15.6%다.  곳곳에서 물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주말에 또 한 차례 비가 내린다지만 그게 기대할 것은 못되는 모양이다. 어느 시인의 말마따나 “느티나무 아래 혓바닥을 빼밀고 늘어진 검둥이 털에 시방 곧이라도 불이 붙겠다” 싶을 지경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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