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太宗 이방원의 리더십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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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太宗 이방원의 리더십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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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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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세대 위해 惡業 서슴지 않은 雄君
 
 신봉승 (극작가)
 

 리더십이라는 단어가 꼭 지도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말에는 복잡한 의미가 담겨 있다. 가령 <영웅이 역사를 만든다>라는 칼라일의 말은 리더십이 난세와 무관하지 않음을 암시하고,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론은 <신의 은총이 많음(Stock of carisma)>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더구나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찾고 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창조적이며 위대했던 시대인 세종시대는 성군 세종대왕의 식견과 표준이 조화를 이루었던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대였다. 그러므로 <식견과 표준의 조화>가 세종대왕의 리더십이 된다. 그러나 세종대왕의 그러한 리더십은 아버지 태종 이방원이 만들어 준 토대위에서 꽃피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태종 이방원은 빛나는 다음 시대를 열기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악업(惡業)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미 세자의 지위에 있었던 큰 아들 양녕대군을 물리치고, 셋째 아들 충녕대군을 후계자로 발탁한다. 장자 상속이 되지 않았던 조선왕조 초기 `여진족 후예’라는 등의 악성루머에 시달리다, 겨우 장자로 보위를 이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태종 이방원은 장자인 양녕대군을 폐하여 궐 밖으로 내친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다음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용단이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이어갈 세종시대에 방해가 될 만한 세력들을 찾아서 극형으로 처단한다. 민무구, 민무질 등 친 처남 네 사람에게 사약을 내려서 죽게 한 것은 범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일로 왕비 원경왕후가 분노한다. 그러나 태종은 `폐비’를 입에 담으면서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다음 대의 임금이 될 세종의 장인인 국구(國舅-나라의 사돈) 심온에게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왕명을 내려 죽게 하였고,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평생 동지 이숙번까지 귀양 보내면서는 `내가 죽은 지 백년이 넘지 않으면 이숙번에게 도성의 땅을 밟지 못하게 하라’고 단호하게 명했다. 태종 이방원은 세종 치세에 아무 하자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이 들었을 때, 임금의 자리에서 물러난다. 춘추 50세, 무엇이 부족해서 물러나겠는가.
 태종은 상왕으로 물러나면서 세종을 불러서 말한다. “천하의 모든 악명(惡名)은 이 아비가 짊어지고 갈 것이니, 주상은 만세에 성군(聖君)의 이름을 남기도록 하라!” 지도자의 자질이 무엇인가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리더십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임을 입증한다. 역대 우리 대통령들에게 무엇이 부족했던 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알면서도 국민 비난이 두려워 `쌓여진 폐단’을 해소하는 일에 나서지를 않았다면 지도자의 덕목이 부족했다고 비난받아서 마땅하다.
 해방직후 정부가 수립되던 때의 혼란과 적폐는 고사하고서라도 박정희 대통령 18년, 전두환 대통령 7년이라는 군부독재의 형식이 무너지면서 노태우 대통령이 직접선거로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 제6공화국 발족을 꼭 군사정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도 전두환 장군의 후계구도였고, 그 또한 12·12, 5·18을 주도한 육군대장이었기에 군복을 입은 대통령 세 사람이 나라를 다스린 기간이 무려 30년이다.
 누가 일제 식민 통치36년을 길다고 하는가. 그 후의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대통령이 군림한 기간도 15년이다. 일제 식민지기간 보다도 무려 10년이 더 기간을 우리는 적폐를 걷어내는 것은 고사하고, 또 새로운 적폐를 쌓으면서 살아온 셈이다. 정경유착, 부정부패, 부 뇌동, 복지부동, 안일무사 등 그 기간에 쌓이고 쌓인 적폐가 우리가 가야할 길을 가로막고 있다. 이 적폐를 걷어내지 않고서는 품격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없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도 없다. 그러므로 지금의 대통령은 물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할 줄 아는 지도자라면 앞으로 등장할 새 대통령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 줄 아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세간의 모든 악명을 홀로 짊어지더라도 다음 번 대통령의 짐을 덜어주고, 길을 열어줄 줄 아는 대통령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그것이 나라의 명운을 살필 줄 아는 리더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dail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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