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철이 코앞에 다가오는데도 용수부족은 여전하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가뭄이 겨울을 지나 5월 중반에 이르도록 풀리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런 상태가 1주일 이상 더 계속된다면 포항만 하더라도 자연이앙이 불가능한 면적이 517㏊나 되리라는 이야기다. 포항지역 모내기 면적 6%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비가 한 달 이상 오지 않는다면 모내기 면적의 25%가 모내기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한다. 걱정이다.
기상당국에 따르면 이번 주말에 비가 내리기는 할 것 같다. 그러나 기대할 게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곳도 있을 듯싶어서다. 5월 후반 이후에도 마른하늘만 계속되다보면 장마철을 맞게 된다. 최악의 경우 해갈은 장맛비에나 기대를 걸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해갈과 물난리가 겹쳐서 닥치는 상황은 머리 속에 그려만 봐도 끔찍하다.
당장 대형 댐의 저수율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만 있다. 경북 지역 안동댐은 23.4%, 임하댐은 22.1%다. 지난해보다도 훨씬 못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상수원인 운문댐은 14.8%까지 떨어졌다. 의성군은 오는 19일부터 야간 급수를 중단한다.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다. 철파 저수지엔 주민들이 25일 동안 쓸 수 있는 물만 남아있는 형편이다. 제한 급수 다음은 격일제 급수다. 곳곳이 모두 이런 형편이다. 생활용수, 농업용수도 바닥이 나고 있으니 공업용수라고 풍족할 리 없다.
지자체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가뭄을 이겨내려고 안간힘이다. 포항시만 하더라도 가뭄대비예산이 15억 원에 가깝다. 낙동강에 물만 충분히 흐른다면 안 써도 되는 돈이고 행정력이다. 그러니 남한강물을 끌어다 쓸 수 있는 방법이 또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대운하 기피증에 걸린 여론을 거스르자는 것도 아니다. 도수 터널로 두 강을 연결해 낙동강의 수량 부족을 벌충하자는 것뿐이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로 분류돼있다. 장마철이면 홍수가 휩쓰는 나라에서 물 부족이라니 앞뒤가 안 맞는다. 급경사를 타고 물난리를 일으키며 온 땅을 휩쓸고는 짧은 시간 안에 바다로 흘러가버리는 물을 가둬 둘 수 있는 방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중앙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정부의 치수(治水)정책은 언제까지 뭉그적거리고만 있을 것인가. 가뭄에 목말라하는 백성들은 다른 나라 백성들인가.
이 때에 지자체는 지차체대로,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할일은 따로 있다. 수원개발과 물 가두기, 악화될 게 뻔한 수질관리가 지자체 몫이다. 물 아껴쓰기는 주민들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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