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지원자 55%가 전문대 이상 학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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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 지원자 55%가 전문대 이상 학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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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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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력 높을수록 취업 어려운 대한민국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서울 강서구 환경미화원 모집의 경쟁률은 13 대 1에 달했다. 응시자의 37%는 전문대학 이상 학력 보유자였다. 물리학 박사학위 소지자가 지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쟁률 36 대 1에, 지원자의 55%가 전문대 이상 학력을 지닌 광주 북구 사정은 더 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대졸자 과잉공급에 따른 하향취업의 단적인 예다. 과거 정부들이 10여 년간 대학정원 확충 등 대학 확장 정책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2008년 교육통계연보에 의하면 전문대 졸업자 20만7742명 중 80.6%, 4년제 대학 졸업자 28만2670명 중 60.5%가 취업에 성공했다. 학력이 높을수록 취업이 어려워지는 역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중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계 고교에 진학하는 비율은 1995년 59.4%에서 2008년 76.8%로 증가했다. 반대로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은 1995년 38.4%에서 2008년 22%로 감소했다.
 1995년엔 고졸자의 51.4%가 대학에 진학하고 33.6%가 취업했지만, 2008년엔 83.8%가 진학하고 5.8%가 취업을 택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계 고등학교 졸업생 72.6%가 대학에 진학했다는 데 있다. 전문계 고교 졸업자의 높은 대학 진학률은 강한 대학 진학 욕구에 그 원인이 있다. 과거 정부들의 교육정책이 실패한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계 고교 출신자의 동계대학 진학 비중을 과거 정원외 3%에서 5%로 확대한 것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직업탐구 영역을 도입한 것 등이 그 예다.
 우리나라는 대입 위주 학교교육 정책에 밀려 실용적 직업·진로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대학교육 시스템이 없어 `입학만 하면 졸업이 보장되는’ 현실은 심각한 문제다. 교육 선진국들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철저하게 직업·진로교육을 실시한다. 대학교육도 엄격하게 관리해 고교 졸업 자격시험을 통해 대학에 갈 학생을 신중하게 선발한다. 대학에 진학했더라도 철저한 학사관리를 통해 졸업이 쉽지 않도록 설계해 고등교육의 질을 유지한다. 우리 교육도 선진국 구조에 맞게 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첫째, 학부모와 학생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직업·진로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직업탐색교육은 직무능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직종별 임금수준, 관련 분야의 성공사례,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적·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직업친화적 교육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극복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중·고교생의 중도 탈락을 막아야 한다. 2008년 현재 일반계 고교의 중도 탈락생은 1만2477명, 전문계 고교의 중도 탈락생은 1만7460명이다. 탈락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면 최소한 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진 않도록 전문계 고교만이라도 무상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국경마축산고와 같이 산업별로 특화된 전문계 고교를 육성해야 한다. 한국경마축산고는 졸업 후 취업률이 100%다. 초봉은 1800만~2500만 원선.
 셋째, 일반계 고교생에게도 직업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서울 아현산업정보학교는 일반계 고교생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을 실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향후 이런 형태의 직업교육훈련기관을 구청별로 한 곳씩 운영하는 것도 검토해봄 직하다.
 초·중·고교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대학이 변하는 것이다.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교육과정은 보다 실용적으로 재편돼야 한다. `입학만 하면 졸업은 자동으로 보장된다’는 대학교육의 매너리즘을 타파할 수 있는 선진화된 시스템도 필요하다. 유럽엔 3년제 대학이 있다. 학습기간은 우리보다 짧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데 교육의 초점을 두기 때문에 졸업률은 50%를 밑돈다. 탈락한 50%는 직업기술교육을 받고 노동시장에 진출한다. 4년제 대학에 다니면서도 상당수 재학생이 어학연수와 취업준비 등으로 5년 이상 캠퍼스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한국의 현실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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