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은 문명의 이기인가, 아니면 인간 탐욕의 상징물인가. 요즘 청송 주왕산과 영양 일월산이 전기톱날의 횡포에 하릴없이 당하고만 있다고 보도됐다. 전기톱날에 무참하게 잘려나간 산뽕나무 사진은 갈 데 없는 흉물이이다. 산뽕나무뿐인가. 헛개나무에서부터 느릅나무, 옻나무, 오갈피나무, 가시오가피에 이르기까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약용식물, 희귀식물 가릴 것 없이 수난의 대상이다. 마구 잘리고 껍질마저 벗겨진 나무들은 말라죽어 산림녹화에도 역행하는 현상마저 빚고 있다.
산야를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나무를 사정없이 잘라내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등산객을 가장한 전문꾼들과 산형과 지리를 손금 보듯 하는 주민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대도시 한약재 상인들과 줄이 닿아 약용식물을 불법 채취하고 있다. 게다가 분재용 희귀식물까지 마구 캐내 팔아넘기기에 혈안이다. 이들 식물을 채취해 넘기면 하루 20만 원을 웃도는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한 주민의 말은 사태의 심각성을 미뤄 알 수 있게 한다.
경북북부는 산악 지역이어서 깊은 골엔 맑은 물이 흐른다. 산 좋고 물 좋은 고장이니 맑은 물에서만 사는 어종이 많은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간의 탐욕은 이 맑은 물에 사는 쏘가리를 비롯한 희귀어종과 다슬기까지 씨를 말릴 기세다. 다슬기 채취에는 납덩이를 매단 특수그물까지 동원되고 있으니 글자 그대로 싹쓸이다. 이렇게 다슬기만 긁어 올려도 하루 10만 원 벌이는 충분히 되고도 남는다는 이야기다.
한국 사람들은 남달리 보신에 민감한 것으로 내남없이 다 인정하고 있다. 약용식물과 청정수에서 노는 물고기들이 몸에 좋을 것은 어려운 이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관광객들까지 생태계 파괴에 가세한다면 그 결과는 빤히 보이는 순서다. 그러잖아도 두릅이나 가시오가피 같은 식물들은 벌써 야산에서는 자취를 감춘 상태라는 얘기다. 등산객들의 발길이 고산지대까지 잦아지게 되면 더 이상 군소리가 필요 없게 된다.
단속권을 가진 관계자들은 일손이 달리고, 불법채취꾼들은 기승이니 참으로 불행한 조합이다. 그렇다해도 수십 년에 걸쳐 가꿔놓은 산림을 잡목과 잡초로만 채울 수는 없는 일이다. 시민의 양식(良識)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에겐 법의 철퇴보다 더 무서운 제재수단은 없을 것이다. 현 수준의 제재가 솜방망이 대접을 받는다면 두려움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법치의 참모습은 자연보호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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