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조기 관세화’ 논란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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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조기 관세화’ 논란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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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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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금 쌀 관세화하는 것이 유리”
농민“국제 쌀값 뚝 떨어지면 치명타”

 
 정부가 추진 중인 쌀 조기 관세화(시장 개방)를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별도의 논의기구를 만들어 이 사안을 다루기로 했다.
 농민단체들은 쌀이 가진 대표작물로서의 상징성이나 장기적 식량안보 차원에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추진해야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는 `조기 관세화가 국익’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 새 논의기구 만들기로
 24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민관 합동기구인 농어업선진화위원회산하 거버넌스분과위원회 대신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쌀 조기 관세화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 사안을 여러 의제 중 하나로 다루지 않고 특화해 중점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 기구에 학자와 농업통상 전문가, 한국쌀전업농중앙회·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농민연합 등 농민단체를 참여시킬 계획이다.
 일단 농어업선진화위원회 아래에 가칭 `쌀특별위원회’를 만드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위원회 구성안을 마련해 26일 열릴 농어업선진화위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다만 일부 농민단체는 농어업선진화위에서 이 사안을 다루는 데 반대하고 있어 유동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은 중요성에 비춰 농어업선진화위에서 여러 과제의 하나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이 농민단체 등에서 개진됐다”며 “좀 더 면밀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기 위해 별도의 기구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 조기 관세화란 무엇
 쌀 조기 관세화란 2014년까지 유예돼 있는 쌀의 관세화를 예정보다 앞당겨 실시하자는 주장이다.
 한국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쌀에 대해 관세화 예외를 인정받았고 2004년 이를 한 차례 더 연장해 2014년까지 관세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표작물인 쌀 시장의 개방을 늦춰 국내 농가의 타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다. 관세화란 일정한 관세를 물리되 쌀 수입 시장을 개방해 누구든 마음대로 쌀을 수입하도록 하는 조치다. 지금은 민간의 쌀 수입이 금지돼 있다.
 조기 관세화론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국제 쌀 가격의 급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먹는 중.단립종(자포니카)에 속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산 중립종 1등급의 가격(㎏당)은 2006년 0.5달러에서 올해 4월 1.2달러로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가세해 원화로 환산한 가격은 2006년에 비해 3배이상으로 올랐다. 그 결과 2006년엔 미국산 중립종이 488원, 국산 쌀이 1849원이었지만 올해 4월엔 1629원(미국산) 대 2040원(국산)으로 가격 차가 확 좁혀졌다.
 수입쌀에는 관세가 붙는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국산 쌀의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셈이다. 시장 개방을 해도 추가로 수입되는 쌀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반면 관세화 유예의 대가로 의무수입해야하는 쌀은 매년 늘어난다. 이른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으로 불리는 이 쌀은 2005년 22만5575t에서 시작해 2014년이면40만8700t으로 늘어난다. 이 물량은 관세화 전환 후에도 계속 의무수입해야한다.
 문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과 MMA 쌀을 합치면 이미 국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신 MMA 물량은 관세화를 하는 순간 동결된다.
 굳이 2014년까지 기다리며 쌀 의무 수입량이 매년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대신앞당겨 관세화를 하자는 이유다.
 
 ◇ “조기 관세화가 국익” vs “속단은 일러”
 이 같은 논거는 지난해 정부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마련했다. 정부 역시 같은 입장이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도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지금 쌀을 관세화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한 바 있다.
 농민단체들도 이런 주장의 타당성은 인정한다. 쌀 조기 관세화에 아예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 쌀값의 하락 가능성, 쌀 관세화가 향후 농업통상 전반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당장 국제 쌀값이 크게 떨어지면 조기 관세화의 전제가 흔들리게 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량 수요나 바이오에너지 수요 등을 비춰보면 국제 곡물가격은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결국 2015년이 되면 개방이 불가피하다”며 “몇 년 후면 국제 쌀값의 변동 가능성에 노출되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지금 관세화하면 의무수입량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농연은 쌀 조기 관세화가 농업 부문 개발도상국 지위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제기한다. 관세화 유예를 포기하면 진행 중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분류되면서 전체 농산물의 관세를 더 크게 낮춰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 예상과 달리 쌀 관세율이 400%보다 크게 낮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한농연 관계자는 “국내 농업 시장에서 쌀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아는 쌀 수출국들이 이처럼 높은 관세율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시장 개방 후 쌀 수입이 늘어나 농가 소득이 떨어졌을 때에 대비한 대책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가 소득에 대한 안전망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역시 개방 이후 다른 나라와의 통상 교섭에서 관세 감축 등이 논의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전농 관계자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다가 쌀 관세율의 대폭 인하를 요구할 경우 협상을 중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쌀 관세화 전환은 각종 통상 협상에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농민들과 구체적인 대책까지 함께 논의하지 않으면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조기 관세화로 인한 득실은 명백하다”며 “농민단체들에게 이를 충분히 이해시켜 동의를 끌어내되 끝까지 반대한다면 추진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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