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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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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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중국 노(魯)나라에 약속을 지키려다 목숨까지 잃은 사람이 있었다. 미생지신(尾生之信)의 주인공이다.미생은  애인이 만나자고 한 다리 밑에서 고집스럽게 기다리다 불어나는 물에 잠겨 익사하고 만다. 이 사람을 전국시대 유세가 소진(蘇秦)은 신의의 대명사로 꼽았다. 그러나 장자(莊子)는 큰 도적 도척의 입을 빌어 미생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 물에 떠내려가는 돼지,또는 쭈그러진 깡통을 한 손에 든 비렁뱅이와 같이 쓸데 없는 명목에 구애되어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아끼지 않는 사나이,진정한 삶의 길을 모르는 패거리”라고 깎아내려버린다.
 똑같은 일을 놓고 시각과 처방전이 달라 혼선을 빚는 일은 흔하다.
 구약성서를 보면 가나안땅 정찰대의 보고가 엇갈려 이스라엘 백성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대목이 나온다. 우리의 일을 말하면 임진왜란 직전 일본 정세를 탐색하고 돌아온 두 신하의 엇갈린 보고도 있다.
 시공(時空)을 뛰어넘어 포항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1·2동이 통합된 죽도동 주민센터 청사 신축을 싸고 포항시와 시의회가 맞서고 있다. 포항시는 주민과 `약속’했으니 반드시 새로 지어야 한다고 뻗대고 있다. 시의회는 그렇게 되면 건물이 3개가 되는데 어쩔 셈이냐고 윽박지르고 있다.
 여기 저기 찾아보면 `약속’과 관련된 어록이 참 많다.  이런 말이 있다 . `적에게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런가  하면 이런 것도 있다. `약속이란 어리석은 자가 뒤집어 쓰는 올가미다.’ 포항시 죽도동 청사 문제는 접점(接點)을 찾기 어려운 문제 같지만  양쪽 모두 자기 주장을 잠시 접어두고  떨어져서 보면 길이 보이게 마련이다. 약속 준행과 혈세낭비. 모두 듣기에 좋은 이야기다. 이 좋은 뜻을  주민의 시각에서 반영하면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짙은 녹음에 가린 곳은 길이 없는 듯 보이지만 길은 분명히 그 안에 있게 마련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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