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서 부활하는 `열린우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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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서 부활하는 `열린우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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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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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윤 환 (칼럼니스트)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2003년 11월 `부패정치’ ` 밀실정치’ `지역분열’을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열린우리당 창당을 선언했다. 동시에 `국민통합’ `참여민주주의’ `깨끗한 정치’를 내걸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창당 2년여 만에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고, 당의장을 지낸 정동영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자살을 선언했다. 김근태 당의장도 “(민주당) 분당은 잘못된 일”이라고 고해성사를 되뇌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은 우리 정당사에서 사라졌다. 열린우리당 폐당만은 막아보려 했던 노무현 정치가 처절하게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노무현 집권세력은 정권을 잃었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들은 민주당으로 대탈주했거나, 아예 정치판에서 떠났다. 열린우리당은 이들에게 `주홍글씨’로 작용했고, `친노’ 조차 노무현과 맺은 인연을 털어내려 애썼다. 적어도 노 전 대통령이 고향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리기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고 추모 분위기가 일자 사정이 급변했다. 민주당은 “노무현을 계승하겠다”고 나섰다. 대북 불법송금 특검을 수용한 노 전 대통령을 그토록 비난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자살을  `상주’처럼 서러워하며 국민들에게 이명박 정권에 `저항’하라고 선동하고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을 자신의 `반쪽’이라고 하기도 했다. “살아 있을 때는  욕하고 죽으면 동정하는” 전형적인 얄팍한 정서다.
 더 기막힌 일은 노무현 정권 퇴장 이후 땅속으로 가라앉았던 `친노’들의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노 전 대통령 `상주’ 노릇을 해온 유시민 전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선두에 나섰고, 차기 대권후보로도 부상하고 있다. 노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한명숙 씨 역시 부각되고 있다. 단지 국민장 공동위원장으로 조사를 낭독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급기야 국민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친노들의 신당 창당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과거 개혁당과,  열린우리당 시절 친노모임인 참정연 출신 일부 인사는 최근 여의도에 사무실을 열고 신당 창당 방안 등 진로 모색에 나섰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49재(7월10일) 이후 대국민 창당 제안, 9월 창준위 발족, 11월 창당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관계자는 “개혁당과 열린우리당의 경험을 이어 ’개미` 중심의 국민참여 정신을 살려보자는 차원에서 한참 전부터 해오던 고민”이라며 “다만 49재 전까지는 본격적 논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그룹은 친노의 상징적 인물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가까운 인사들이 주축이다. 유 전 장관 중심의 `제2의 개혁당’ 모델이면서 노무현을 계승하는 제2의 `열린당’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 전장관은 올해 초 봉하마을을 찾아 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으로 가야 한다”고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유 전 장관 측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또  “유 전 장관은 민주당 복당이나 신당 참여, 정치재개 여부에 대해 어떤 것도 판단한 바 없다”며 “노 전 대통령 추모사업과 책 집필 작업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 전 장관 없는 신당은 무의미하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결국 유 전 장관도 노 전 대통령 49재만 끝나면 신당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49재가 끝나기도 전에 세결집을 도모하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 불어 닥칠 역풍을 감안하고 있다는 얘기다.
 친노들의 신당 창당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노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로만 보면 성공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민심이 워낙 조석변개(朝夕變改)라 언제 싸늘하게 식을지 모른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이 친노들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착각으로 드러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처절하게 실패한 열린우리당 후신으로 지목되면 한 순간에 거품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유시민 전 장관의 인기가 올랐다지만 그는 `안티’가 가장 많은 정치인이기도 하다. 튀는 스타일이 거부감을 불러일으켜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근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민주당이라는 그릇을 비우고 채워야 한다”고 충고한 것은 친노와의 연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를 미워하는 그로서는 민주당과 친노, 그리고 진보 좌파까지 합쳐 2012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토대를 놓은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자신이 받은 노벨평화상의 의미도 살아난다고 생각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하기까지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여긴 세력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뚜렷한 대권후보도 없고, 노무현 정권의 실패가 진보 좌파에 대한 냉혹한 심판으로 간주되면서 진로조차 제대로 설정 못한 채 방황해온 게 야당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몸을 던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치사에서 영원히 퇴출된 열린우리당까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이  그 증거다. `산 노무현’이 아니라, `자살한  노무현’에 의해서다. 사자인 노 전 대통령이 8순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유시민 씨의 등을 떠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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