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나라당, 구멍가게 외면하면 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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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나라당, 구멍가게 외면하면 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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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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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윤 환 (언론인)
 
   전국 중소상인들이 분노에 떨고 있다. 대기업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SSM) 무차별 확장으로 고객이 끊어져 살길이 막막해진 골목 상점 주인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신세계의 이마트, 롯데의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원망의 대상이다. `병아리’와 `공룡’의 싸움이다.
 대형마트 공세에 중소상인들이 아우성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대형 매장으로 경쟁해온 공룡 유통업체들이 동네 골목까지 치고 들어오며 `24시간 영업’을 내걸면서 골목상인들이 입는 타격은 치명적이다.
 전국 각지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상인들이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정치권, 특히 정부 여당이 나서지 않으면 이들이 거리로 뛰쳐 나설지 모른다.
 충북 청주시 재래시장 상인연합회, 청주 슈퍼마켓 협동조합 소속 청주시 재래시장 상인 150여명과 슈퍼마켓 상인 50명 등 200여명은 지난 17일 청주세무서를 찾아가  무더기로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했다. 폐업하겠다는 결의다. 이들은 세무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홈플러스 24시간 영업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장으로 청주 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생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청주점’은 지난 5월부터 24시간 영업에 들어가면서 재래시장에 치명타를 주어  지난 15일에는 재래시장 상인 1000여명이 동시에 철시하며 홈플러스 규탄집회를 갖기도 했다. 충북에는 현재 대형마트 9곳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35곳이 영업중이다. 특히 청주에는 홈플러스 3곳 등 대형마트 7곳과 기업형 슈퍼마켓 수십곳이 몰려있어 재래시장과 슈퍼마켓들이 고사 직전이다.
 또한 16일에는 인천슈퍼마켓조합이 홈플러스의 SSM 입점 저지를 위한 사업조정 신청서를 중소기업중앙회에 제출했다.
 사업조정 신청이란 대기업이 중소기업 상권에 진출해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협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사실 조사와 심의를 거쳐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연기하거나 생산품목, 수량 등의 축소를 권고하는 제도다. 사업자등록증 반납과 사업조정신청이 전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우리나라 골목 상권은 IMF 사태후 대량 실직자들이 퇴직금을 들고 앞다퉈 뛰어든 이후 적정 상점의 3배나 될  정도로 과잉상태다. 이런 마당에 재벌급 대기업이 대형마트에 이어 SSM까지 치고 들어오면서, 소상인들의 저항은 계급투쟁의 성격마저 띠고 있다. 적기에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비등점으로 치달을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이미 전국 47개 지역 슈퍼마켓조합을 비롯해 재래시장연합회 등은 대규모 철시와  항의집회를 준비 중인가 하면, 여야 정당을 찾아 상인들의 몰락을 방치하는 정당을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구나 상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대형마트 골목 진출에 대한 헌소를 제기해봤자 헌법재판소에서 패소한다는 발언을 한 이래 불만이 급속히 고조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현행 신고제를 등록제로 바꿔 SSM 등의 무차별 확산을 막겠다고 약속했으나, 등록제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허가제를 통해 이들의 진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전북 군산시가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해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설립을 제한하겠다고 나서 중소상인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기존 조례를 고쳐 준주거지역에서의 판매시설 허용 면적을 2000㎡에서 1000㎡로 줄이고, 시가지와 근접한 자연녹지에서의 대형마트 입점을 불허하는 내용이다. 중앙정부와 집권당도 하지 못한 `소상인 보호’를 작은 지자체가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자체 여론조사에서 조사대상자의 64%가 “한나라당은 부자 정당”이라고 응답했다. 또 지금까지 정부 여당의 정책이 `대기업 위주’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골목에서 간신히 살아가는 구멍가게의 생계조차 보호하지 못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망해도” 방법이 없다. 한미 FTA와 한-EU FTA도 중요하지만 하루 하루 사는 게 고달픈 서민들도 돌봐야하는 게 옳은 정치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통 떡볶이 집을 찾는 `서민 행보’가 거짓이 아니라면 골목 소상인들도 보호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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