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이다. 군사정권의 대통령 선출제를 국민의 힘으로 `직선’으로 바꾼 헌법이다. 그로부터 20여년간 5명의 대통령을 직선으로 선출했다. 이만하면 현행 헌법이 성문헌법으로 정착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도대체 이 시기에 왜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의장이, 그것도 제헌절날 개헌론에 불씨를 지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현행 헌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5년 단임’ 조항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집권 2년이 지나면 레임덕에 빠지는 함정을 안고 있다. 또 현행 헌법으로 배출한 5명의 전직대통령이 모두 `실패’한 이유를 `단임제’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대통령 개인의 능력 문제다. 그런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따라서 제도에서 원인을 찾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 제 17대 국회가 개헌을 주도할 자격이 있느냐는 근본적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현 국회는 작년 총선 이후 입법부로서 기능을 제대로 한 기록이 없다. 작년 광우병 난동 이후 야당은 노숙자처럼 길거리를 헤맸고,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작년 연말과 올 연초에는 `전기톱국회’ `해머국회’로 국제사회의 비웃음거리로 등장했다.
당장 올 제헌절 기념식은 여야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난장판 속에서 진행됐다. 제헌절 당일 잠시 농성을 풀었다지만 19일부터 다시 농성에 들어갔다. 국회는 자기 주제를 알아야 한다. 난장판 입법부가 주도하는 개헌이 어떻게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당위성을 부여받겠는가.
국회가 해야할 일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해고를 막는 비정규직보호법부터 처리하는 것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고용을 보장받지 못한 계약직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지만 여야는 미디어 관계법으로 옥신각신하고 있다.
여야가 `6월 표결처리’에 합의한 미디어 관계법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난장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회가 국가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개헌문제를 들고 나왔으니 코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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