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아가 숫자 숫자 `11’을 보면 젓가락이나 철로가 떠오른다. 숫자 `1111’을 보면 울타리가 생각난다. 하기는 그래서 `울타리 군번’이란 게 있긴 했었다. 현시점에서 보면 까마득한 고참 노병들의 군번이다. 시대가 바뀌니 연상작용도 달라졌다. `1111’은 울타리가 아닌 빼빼로 과자라는 식이다. 때문에 약삭빠른 상혼은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라고 이름 붙여 젊은이들의 지갑을 노렸다. 언젠가 외국신문의 기삿거리가 됐던 대한민국의 `○○데이’ 가운데 하나다.
11월 11일은 본래 `농업인의 날’이다. 이날이 제정된 뜻을 살려 빼빼로 대신 우리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면 한결 더 의미가 되살아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경북 칠곡 지역 농산물 쇼핑몰인 칠곡장e네와 대구칠곡초등학교가 `가래떡 먹는 날’ 행사를 벌였다고 한다. `1111’을 보면서 빼빼로가 아닌 `가래떡’을 떠올린 발상이 신선하다.
달성지방 민요에 이런 게 있다. “이치저치 시루떡/늘어졌다 가래떡/오색가지 기지떡/쿵쿵쳤다 인절미/수절과부 정절편/ 올기쫄기 송기떡/ 도리납짝 송편떡.” 하나 같이 우리 입맛에 익은 떡 이름들이다. 1㎜ 간격이 아니라도 혀끝으로 당장 알아맞출 수 있을 것이다. 전통떡으로 만든 `○○떡 먹는 날’을 궁리하는 사람은 없는지 궁금하다. 쌀은 남아돌고 값은 곤두박칠 치는 이 때이니 쌀 소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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