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9년부터 전국의 구치소를 찾아다니며 사형수들을 교화시키고, 그들의 애환을 일반인에게 전하고 있는 조성애 수녀(78)가 25일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사형수들의 삶’이란 주제로 300여명의 학생들에게 특강을 했다.
　20년 넘게 사형수들의 삶을 지켜봐 온 조 수녀는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 온 `사형수들의 어머니’로 통하는 인물로서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나오는 모니카 수녀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이날 특강에서 조 수녀는 “사형수들은 흉악범이지만 그들 또한 생명으로 태어났다. 우리와 다른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그렇게 됐다. 밉지만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며, “내가 다행히 그들과 같은 대열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형수들이 살 가치가 있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들의 죄값으로 꼭 생명을 빼앗아야 하는가”라며 사형제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이후 사형제 조기 집행 논란이 일면서 사형수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조 수녀는 사형을 집행한 어느 교도관이 남긴 글을 소개하며 “사형수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이 내가 죽는 날이 아닌가’ 가슴 졸였다가 해가 지면 `아 오늘은 살았구나’ 하며 죽음의 공포 속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교수형이 절차대로 집행됐는데도 죽지 않은 사형수가 2번째 죽음을 편안히 받아들이며 오히려 교도관을 위로했다는 가슴 뭉클한 일화와 함께 사형수의 목에 로프를 걸어야 하는 교도관의 인권 문제, 사형집행을 목격하는 종교인들의 고통 등도 사형제도가 갖고 있는 아픔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에는 사형선고를 받고 형이 집행되지 않은 사형수가 59명 있으며, 지난 1997년12월 사형 집행 이후 사형 집행이 없어 국제사회에서는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경산/김찬규기자 kck@h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