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오천읍의 한 마을이장과 새마을지도자 등은 마을을 지나는 변전소와 송전선로 건설공사가 `공해’를 일으킨다고 위협해 3억 원을 뜯어냈다고 경찰이 밝혔다. 공사장의 소음과 진동 피해를 앞세워 주민들을 동원해 시위를 벌이게 하고는 돈을 뒷거래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뜯어낸 돈 가운데 5000만 원은 유흥비로 탕진했음이 밝혀졌다. 시위에 동원돼 꼭두각시 노릇만 한 꼴이 돼버린 주민들로서는 이들이 얼마나 가증스러울 것인가. 건설업체의 돈을 뜯은 사이비 기자도 마찬가지다.
공사현장에서 벌어진 이 같은 공갈취재(恐喝取財)는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이른바 `하세월(何歲月)’로 꼽히는 사회병리현상 가운데 하나다. 이게 어디 우리나라, 더 좁게는 우리 지역사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냐고 대범한 체 넘어갈 일인가. 물론 서구 선진국에도 건설을 둘러싼 비리와 부정은 있고 그 가운데는 규모가 커 사회이슈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선진국에서 저질러진 부정과 비리는 본받아도 된다는 논리를 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몸가짐을 바로 해야 말이 된다.
더욱 눈길을 뗄 수 없는 것은 오천읍 변전소·송전선로 공사는 관급공사라는 사실이다. 무려 3억 원이나 되는 뒷돈이 오고 간 사실에서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미뤄 알 만하다. 관급공사를 하면서 왜 뒷돈거래를 해야 했을까. 구린내가 풍기지 않는다면 파리는 꾀지 않는다. 철저히 캐내야 할 사례다.
수사를 받고 있는 오천읍 변전소·송전선로 공사는 2005년에 있은 일이다. 이미 5년 전에 저지른 비리가 이제서야 들통 나게 된 배경도 궁금하다. 더욱 마음에 새겨야 할 일은 부정과 비리가 영원히 감춰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도 청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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