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밤부터 내린 눈이 3월 폭설로 기록을 남겼다.좀처럼 폭설이 내리지 않는 대구조차도 10일 오전 9시 현재 9.5㎝가 내렸다. 1957년 12.1㎝ 이래 두 번째라는 것이다. 경북은 북부 지역이 단연 앞선다. 울진 서면이 70㎝를 기록했다. 풍광이 수려한 곳일수록 설경은 아름답다. 시인의 노래대로 “솔잎 위에 내려서 / 함박꽃 되고/ 마른나무에 내려서 / 매화꽃 되고”그런다.설경이 아무리 아름답다해도 사람들의 삶과 연결이 되면 `대란’이 되고 만다. 어제 대구·경북 일대에 눈난리가 일어났다. 출근길은 빙판이 되어 지각이 꼬리를 물었다. 비행기,열차도 지각했다. 경북에선 초등학교 110개교가 전면 휴업했다고 한다.중학교는 35개교가 전면휴업했다.`머언 곳 여인의 옷벗는 소리’같다던 눈도 밤새도록 내려 폭설이 되니 사람들은 골탕을 먹고 있다. 이번 폭설 피해는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것은 무척 신비로우며,땅 위에 내려서도 단념하고 땅에 어울리지 못하는 물질이다.풍경을 덮어버리는 그 유달리 흰빛이 밉살스럽다. 게다가 차가와서 생명을 거부한다. 눈이 생명을 보호하여 준다는 것은 나도 알지만, 그러난 생명은 눈을 녹이고서야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눈이 다 녹으면 올해 쌀농사, 과수농사는 가뭄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시설 재배 농민들이 속을 끓이는 것과 대조하면 희비쌍곡선이다. `그게 인생이다’고 도통한 체하며 넘어가야 하나?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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