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에 골탕 먹는 쪽은 언제나 서민 대중이다. 도시지역에서는 교통대란으로, 농어촌에서는 폭설 재앙으로 큰 피해를 입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포항의 큰길들은 제설이 안됐고 출근시간대인데도 교통경찰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이날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서 시가지는 자연의 힘으로 제설작업이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늘이 도와줬기 망정이지 추운 날씨가 계속됐더라면 길마다 얼어붙어 교통지옥이 눈앞에 나타나는 상황을 목도했을 것이다.
이번 눈난리는 적설량이 많아서 탈이 난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이에 대응한 관계 당국의 자세는 무관심이란 한 마디로 묶어 정리해도 무방할 듯싶은 정도였다. 통행이 많은 도심지가 이 지경이었으니 산간벽지가 어땠을지는 들으나 마나 일 것이다. 실제로 경북도내 국도와 지방도로는 26곳이나 통제되는 사태를 빚었다. 산악지형이 많다는 특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통제가 많아서야 소통장애는 필연이다. 도심이건 산간이건 무책이 상책이었던 셈이라는 이야기다.
농어촌 또한 시름겹기는 마찬가지다. 시설원예 농가이건, 노지 재배 농가이건 불순한 일기가 연속됨에 따라 냉해와 병충해가 극심한 판이다. 반농사도 기대하기 힘들 만큼 올봄 농사는 결딴나고 말았다. 풍랑에 발이 묶인 어민들은 조업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극한상황에 설화(雪禍)까지 덮쳤고 보면 그 피해는 재난 수준이라 해서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봄의 기상이 나쁘다 하나 올봄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내년, 내후년, 또 그 이후로는 이보다 더 악화된 날씨가 더 오래도록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사리가 이렇고 보면 재해보험 대상 농작물을 확대해달라는 농민들의 여망에도 귀 기울여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할 때라고 본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