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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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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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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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3월 26일은 1909년 10월 26일 러시아의 하얼빈 역에서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우라 코레아! 우라 코레아! 우라 코레아!(대한제국 만세)”를 외치며 순순히 체포되어 1910년 3월 26일 이국 땅 여순감옥에서 서른둘 짧은 생을 마감한 우리나라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대한국인(大韓國人)이요, 존경받는 독립유공자이신 안중근 의사의 순국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날이다.  평소 나는 안중근의사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이란 뜻 깊은 날을 맞아 그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마음에 안중근 의사의 자서전 `안응칠 역사’를 펼쳐 보게 되었다.  `안응칠 역사’에는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안응칠이 성격이 급하고 가벼워 안 의사의 할아버지가 진중한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안중근이라 개명시켰으며, 아버지 안태훈의 영향으로 입교한 천주교를 전교하기 위해 평화의 사도가 되어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세계정세에 눈을 떴으며, 안중근이 평생 가슴 저린 사랑을 한 아내 김아려와의 사랑 등 아직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 중 유독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은 평소 우리가 알지 못했던 한 여자의 지아비로서 아내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나타낸 안 의사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들이다.  자서전 속 내용에 따르면 안 의사는 아침을 준비하는 아내 김아려의 허리를 덥석 안아 말안장에 앉히고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 정상에 데리고 가는가 하면, 성당에서 미사 드리는 아내의 모습이 천사처럼 아름다워 미사 드리는 내내 아내의 옆모습을 홀린 듯 훔쳐보며, 또한 동학농민군 진압을 위해 신천 의려군(義旅軍) 선봉장으로 출격하려 할 때 아내 김아려는 밤새 바느질을 하여 붉은 비단으로 홍의를 지어주고 다홍치마 밑단을 잘라 머리띠를 만들어 주었으며, 안의사는 붉은 천을 머리에 감고 일본군과 격전을 벌일 때마다 아내의 체취를 맡고 아련한 그리움에 젖어 나지막이 아내의 이름을 부르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그렇게도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아내 김아려를 뒤로하고 무장투쟁에 실패한 후 이토히로부미를 처단하는 거사를 결행하는 인간 안중근의 고뇌가 어떠하였을지 소시민에 불과한 나로서는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안 의사는 여순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까지 블라디보스토크로 온 아내를 면회오지 못하도록 하면서 아무도 없는 밤에 아내를 생각하며 소리죽여 울었다.  아내를 그토록 사랑했던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가 피를 뿜으며 쓰러지고 절명하였다는 소식을 들음으로써 세계인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내 나라를 강탈한 국적을 처단하였다는데 행복함을 느끼며 2000만 우리 동포에게 자긍심을 불어넣고 제2, 제3의 안중근이 나와 일본에게 탈취당한 조국을 기필코 되찾으리란 믿음을 가졌다. 또한, 죽음을 각오하였기 때문에 두렵거나 슬프기보다는 죽음이 헛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한 여자의 지아비로서 아내에게 무한한 사랑을 준 인간 안중근, 그 사랑을 뛰어넘을 만큼 강렬하였던 조국을 향한 사랑…  안 의사의 순국 100주년을 맞게 된 지금, 이역 땅 머나먼 곳에서 조국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하여 그토록 애틋했던 아내 김아려와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순국하신 안 의사의 서른두 살 불꽃 같은 삶을 되돌아보며 안 의사의 고귀한 희생에 숙연한 마음이 들고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자신의 거사나 순국 후 남겨질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에 대한 박해, 걱정이라는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고민을 뛰어넘어 대의멸친한 안 의사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 현재 사회적 출세와 경제적 부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들이 어떠한 가치관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오늘따라 자꾸 `國家安危勞心焦思’라는 안 의사의 유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권윤숙 (경주보훈지청 보훈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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