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얘기를 길게 할 것도 없다. 당장 우리 주변에선 온갖 시험장 풍경이 화제거리다. 온 나라가 들먹거리는 `대입수능’부터 시작해 그 종류를 다 꼽자면 숨이 찰 지경이다. 안수길의 `빈자리’에 시험치는 아이들의 갖가지 표정이 그려져 있다. “유쾌하기까지 한 마음으로 답안지에 빨리듯 빈자리를 메우는 데 여념이 없는 아이,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아이,눈을 감고 생각하노라 심각한 표정을 짓는 아이,초조한 태도로 연방 연필을 깎는 아이,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아이,연필 쥔 손으로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는 아이.”
한나라당 김천시 공직자추천위원회가 6·2선거에 공천신청한 기초의원 예비후보들에게 필기시험을 치르게 했다고 한다. 온 나라를 통틀어 처음이고,역대 선거사를 곱씹어 봐도 기억에 없는 얘기다. 생뚱맞은 것인지, 신선한 것인지 사람마다 평가는 다르겠지만 이야깃거리로는 부족함이 없다. `수험생’가운데는 중도포기하고 시험지를 들고 퇴장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시험문제는 `김천혁신도시 건설의 이유와 추진주체’를 비롯한 4가지.
공천의 유형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이른바 `돈공천’이 판을 치던 시대엔 특별당비가 공천잣대 노릇을 했다. 전국구가 `전(錢)국구’로 통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렇던 것이 이제는 필기시험까지 치르고 있으니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도 변했다 . 그렇다고 `정당공천 폐지’주장이 사그러드는 것은 아니다. 1인 8표가 버겁거나 헷갈려 숫제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 늘어난다는데 선거 몇개 없애는 건 어떤가?
김용언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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