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저녁 천안함이 인천 옹진군 백령도 남쪽 해역에서 침몰한 직후 해군 핵심 초계함 천안함 설계도면이 공개됐다. 함장실 위치, 승조원 선실, 무기고 현황은 물론 승조원들의 근무 현황까지 속속들이 들춰졌다. “폭탄과 뇌관이 분리 관리된다”는 초특급 기밀도 까발려졌다. 유사 시 우리 초계함의 폭탄은 `공이 없는 쇳덩이’라는 꼴이다.
최접경지 백령도 해안 초소 위치와 해안 경계를 위해 이용되는 TOD 운영방법도 낱낱이 공개됐다. TOD 배율과 운용 원리는 물론이다. 북한군이 원용하면 바로 우리에게는 `흉기’가 되는 기술이다. 심지어 TOD 운영병으로 근무하다 갓 제대한 예비역은 인터넷에 등장해 일반인들은 모르는 TOD의 실체를 공개하는 데 합세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해군의 실시간 작전지휘체계 시스템인 전술지휘체계(KNTDS)까지 외부로 노출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군함의 이동경로가 표시되고 적의 동향까지 파악하는 해군 작전지휘체계의 핵심 하드웨어다. 이 시스템이 공개된 직후부터 북한 해군은 당연히 작전계획과 작전반경, 항로를 수정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적행위를 한 꼴이다.
정치권은 아예 누가 더 많이 군사기밀을 까발리는가에 경쟁하는 양상이다.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를 만나 얻어낸 북한 사곶·비파곶 해군기지에 배치된 잠수정들의 동향과 무장 수준 등을 우리 군이 어느 정도까지 파악하고 있는지 낱낱이 공개했다. 이런 사람이 국방위원장이다. 야당이 국방장관과 해군참모총장 해임을 요구한 것을 비난하는 한나라당 소속이다.
문제는 군이 기밀유출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당과 실종자 가족들이 아무리 요구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잘라 말했어야 했다. 질질 끌려 다니며 기밀을 조금 흘리다, 비난이 서세지면 더 중요한 정보를 털어놓는 군 역시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때문에 “군의 모든 작전·정보 체계를 백지에서 새로 만들어야 할 판”이라는 자체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초계함 침몰은 침몰이고 군사기밀은 기밀이다. 군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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