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남구 송도동에 자리 잡은 송도해수욕장은 1976년 7월 31일 개장된 이래 한때는 동해안의 손꼽아주는 해수욕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그러나 2007년 이래 폐쇄됐고 지금은 한때 번성했던 횟집들이 간신히 명맥을 잇거나 줄줄이 문을 닫아 어느 모로 보나 슬럼가와 다름없는 모양새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포항시가 이곳을 미관지구로 지정해 관광지로 재개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백사장이 크게 줄어들어 해수욕장의 기능은 잃었지만 새로 개통된 해안도로가 산책로, 드라이브 코스로 떠오를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이웃한 솔밭을 아우르면 훌륭한 쉼터로 옛 영화를 되찾을 여지가 많은 곳이다.
미관지구로 지정하려는 곳은 길이 1㎞, 폭 15m에 면적은 1만4820㎡다. 해안도로와 맞닿아 있는 길갓집들이 해당됨을 쉽게 알 수 있다. 줄잡아 350여 가구쯤 된다. 그런데도 이곳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재개발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기가 벅차기 때문이다. 개발하면 이익은 따른다. 그렇다 하나 그것은 먼 장래의 일이다. 당장은 포항시 방침대로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하는 짐이 무겁기만 한 것이다. 미관지구로 지정되면 도로변 건물에 갖가지 규제가 따르게 마련이다. 이 규제가 영세민들에게 짐을 지워주는 말썽의 씨앗이 되고 있다.
게다가 포항시는 주민들에게는 한 마디 설명조차 없이 미관지구 지정을 밀어붙이고 있어 반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포항시의회에도 미관지구 지정 방침을 보고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라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라고 보도됐다. 재개발하면 동네 경관은 번듯해지겠지만 결국 가난한 주민들은 갈 곳도 정하지 못한 채 쫓겨나다시피 동네를 떠나는 사태만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뒤따라야 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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