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시가 씌어지기나 하나/ 목련이 마당가에서 우윳빛 육체를 다 펼쳐 보이고/ 개나리가 담 위에서 제 마음을 다 늘어뜨리고/ 진달래가 언덕마다 썼으나 못 부친 편지처럼 피어 있는데/ 시가 라일락 곁에서 햇빛에 눈부신데/ 종이 위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씌어진 게 시이기나 한가 뭐.’ 나해철 시인이 이 `봄날과 시’를 환희롭게 읊은 때도 필시 사월 초 이맘때렷다!
청명한식이 지난 요 며칠 아침녘이 쌀쌀하지만 봄이 되어 꽃을 피우는 하늘의 운행을 그 누가 막을쏘냐. 벚꽃은 만개하고 진달래도 벙글기 시작했다. 담장 안 백목련은 바야흐로 그 하얀 꽃잎을 붕대처럼 풀어 흩뜨리고 있고, 길섶에 잘 조성된 개나리 덤불은 어느새 황금덩어리로 변했다. 하지만 비록 솜씨 있는 시인일지라도 봄꽃의 환희를 노래하기엔 우리 모두의 마음이 너무나 아픈 올봄이다.
사방서 떼 봄이 소리 없는 함성 내지르며 쳐들어오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올해 사월은 유난히 참혹하다. 장병 태운 군함이 가라앉고, 그 수습 길에 고깃배도 침몰했다. 그야말로 봄이 봄 같지 않다고 해야 하나. 잔인하다 할까. 선량한 국민들 누구나가 슬픔에 겨워하는데, 불의에 맞은 재앙의 원인과 책임을 미워하는 누구에겐가 덮어씌우고 싶은 건지 상습 시비꾼 같은 윤똑똑이들은 온갖 되잖은 소리들로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그저 무던하게 사태의 수습을 지켜보는 것도 미덕이라면 미덕일 텐데….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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