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와 노거수
  • 경북도민일보
포항시와 노거수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0.0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숲은 글쟁이들에게  아주 훌륭한 글감을  제공한다. 고은의 `숲속의 소야곡’이 그 하나다. “가지들이야 서로 정들어 숲은 그 자체로서는 하나인데/ 사람이 가면/ 몇만 개의 숲이 되어서 / 사람이 외롭다/ 그러므로 작은 노래 태어난다.” 어디 시 뿐인가. 산문을 쓰는 사람에게도 숲의 품은 넉넉하다. 숲은 시인묵객에게만  품을 열어주는 게 아니다. 누구든 찾아주면 반기고, 어떤 생명체에게나  삶의 터전이다. 꼭 숲이 아니라도  마을 어귀  느티나무 한 그루라도 좋다. 하천가에 줄지어 선 수양버들 그늘도 쉼터로서는 그만이다. 그 곳에선 동네 아낙네들이 우물가에서 나누던 수다가  되살아난다. 온갖 정보가 날개를 달고, 마을 여론이 살아 숨쉬는 토론장이 되기도 한다. `도깨비도 수풀이 있어야 모인다’는 속담 그대로다.
 포항시가  느닷없이 북구 기계면 봉계리 마을 숲 파괴 시비에 휘말렸다. 해마다 물난리가 나는  용한천 정비 공사를 하면서  봉계숲 나무를 다른 곳에 옮겨 심으려 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때문이다.  보통 나무가 아니고 수령 100~300년이나  된 노거수(老巨樹)를 50여그루나  파헤쳤으니 말썽이 나게도 생겼다.  길이  1.2㎞, 폭 7m인 하천 폭을 10~14m로 넓히는 공사다. 나무를 옮겨심는 데 들어가는 돈만도 1억7000만원이라고 한다. 돈 쓰고, 숲 망쳐 놓은 포항시는  야단까지  맞고 있으니 딱하다.
 문제가 된 봉계숲 1.5㎞ 구간은 문화유산으로서 값어치를 공인받고 있는 곳이다.포항시도 이 숲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하천을 넓히려면 숲의 일부 훼손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처음부터 포항시가 일방통행을 한 탓은 아닌지 모르겠다. 주민의견을 거르는 과정을 너무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니냐 하는 말이다.매끄럽지 못한 일처리의 뒤쪽을 보면 늘 그랬기에 하는 소리다 .   김용언/언론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