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소녀 하늘 양’과 천안함 그리고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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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소녀 하늘 양’과 천안함 그리고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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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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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윤 환 (언론인)
 
 
 1년 전 6월6일 현충일. 제주시 외도동 모 아파트. 이하늘 양(9·제주 외도초등학교 3년)은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엄마, 지난번 3·1절에 태극기가 바람에 날아갔잖아. 이번에는 단단히 매어 놓을게. 나라를 위해 일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날이니까 태극기를 조금 밑에 달아야지”
 그러던 하늘 양이 11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어머니 장모 씨(45)는 늦은 아침식사를 준비하느라 주방에서 채소를 다듬고 있었다. 의자위에 올라 발돋음하며 태극기를 깃대에 매달던 하늘양이 중심을 앓고 11층에서 곧장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밑에는 벚나무, 단풍나무가 있었지만 떨어지는 하늘이를 막아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늘이가 떠난 아파트 베란다에는 한쪽 끈이 떨어진 태극기가 황망히 바람에 펄럭거렸다. 하늘이가 태극기를 깃대에 붙이려했던 셀로판 테이프는 고스란히 깃대에 붙어 있었다. 하늘이는 국민들의 가슴에 태극기를 심어주고 떠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현충일이 찾아왔고 그렇게 지나갔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라는 살인만행이 저질러진 올해 현충일은 어느 때보다 `현충’(顯忠: 두드러진 충렬을 높이 드러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 기습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국제합동조사단의 발표가 나왔는데도 유언비어가 횡행하는 기막힌 상황에서 현충일의 진정한 의미인들 제대로 찾아졌겠느냐는 회의 때문이다.
 더구나 올 현충일은 천안함 침몰로 소란스럽게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와중에 찾아왔다. 천안함을 폭침시킨 북한 응징을 외친 한나라당과, 북한을 감싸고 정부와 군을 비난한 야당의 대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김정일의 대변인들’이 승리한 것으로 오도될 수도 있는 결과다.
 또 천안함 침몰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상응한 제재를 가하는 정부 여당의 방침이 `북풍공작’이라고 비난한 야당이 승리함으로써 대북 응징에 대한 탄력과 정당성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야당은 선거막바지 “전쟁이냐 평화냐”,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난다”고 선동했기 때문에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 응징은 `전쟁’이라는 인식을 국민 뇌리에 새겼다.
 그러나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야당을 선택했다고 북한 응징을 반대했다고 믿을 수 없다. 군대가지 않으려고 자기 `손가락을 자른’ 민주당 이광재 후보를 강원도지사로 뽑은 강원도민들이 천안함 폭침을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여긴다고 결코 생각할 수 없다. 3월 26일 서해바다에서 순국한 46명의 천안함 영웅들의 영령이 분노를 사기지 못한 채 구천을 헤매는데 국민들이 이들을 외면했다면 그들을 어찌 대한민국 국민이라 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은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만방자한 한나라당이 미웠을 것이다. 4대강이고, 세종시 폐지고 여론에 역행하는 일방통행, 거의 식물정당같은 한나라당, 친 MB니, 친 박이니 계파다툼에 빠진 집권당에 대한 넌더리를 이번 지방선거에서 심판한 것으로 믿고 싶다. 교육감 선거에서 드러난 `배부른 보수’들의 하늘을 찌르는 욕심이 너무 미워 전교조 교육감을 지지했다고 해석하고 싶다. 만약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라는 엄혹한 현실을 부정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심판했다면 대한민국은 내일 당장 무너져도 할 말이 없다.
 이제 선거가 끝났다. 국민들도 속에 담아뒀던 분노와 염증을 어느 정도 풀었을 것이다. 선거는 선거다. 특히 6·2 선거는 지방선거다. 나라는 나라대로 굴러가야 한다. 이제 우리가 마주해야할 엄정한 현실은 천안함 폭침이라는 국가적 비상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미운 것과 대한민국의 현실을 혼동해선 안된다.
 특히 민주당 등 야당은 더이상 천안함 사태를 호도하면 안된다. 선거 때문에 북한을 편들고 김정일 대변인같은 역할을 했다면 이제 선거에 이긴 이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당신들이 10년간 북한에 퍼준 달러가 핵과 미사일, 어뢰가 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당신들이 `전쟁이냐 평화냐’고 유권자들을 선동했지만 당신들이 주장하는 10년의 평화는 `가짜 평화’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2년 후 국회의원 총선과 대선에서 당신들을 냉혹하게 심판할지 모른다. 태극기 소녀 하늘 양의 영혼이 태극기가 되어 이 나라를 내려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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