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초복 무렵부터 세찬 비가 자주 내렸다. 대추열매가 썩 많이 달리지 못했는지는 몰라도 요즘 도회지 가정집 정원에 있는 대추나뭇잎 사이를 조금만 눈여겨보면 연둣빛 대추알이 제법 자라 새끼손가락 끝 마디만한 게 얼마 안 있어 햇볕에 붉은 빛을 띠지 싶다. 지루했던 장마도 어제부로 끝났다고 한다. 날씨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더워질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다.
대추알이 굵어가고 유달리 장맛비 줄기가 세찼던 7월 하순도 저무는 가운데 어제가 연중 가장 덥다는 중복이었으므로 아닌 게 아니라 경인년 찜통더위가 바야흐로 시작될 계제다. 그동안의 `들머리 더위’는 장맛비 덕분에 그럭저럭 넘기며 지내왔지만 이제부터 2-3주 지겨운 염천이 지상을 이글거리게 만들 것임에 틀림없다. 초복 중복 말복을 이르는 삼복(三伏)의 복(伏)은 원래 땅의 더운 기운을 이르는 한자어다. 초복은 하지 이후 세 번째 도래하는 경일(庚日), 중복은 그 열흘 후 오는 네 번째 경일이다. 그런데 말복은 기산점이 하지가 아니라 입추다. 입추 후 첫 경일이 곧 말복인데, 이 기산점의 차이로 가끔씩 중복에서 말복 사이가 열흘이 아닌, 스무날 간격이 될 때가 있다. 이를 월복(越伏)이라 한다. 예로부터 월복이 든 해는 더위가 열흘 더 길다고 사람들은 느껴왔다. 올해는 월복이 들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까. 지난주 `대서’에 이어 다시 `중복’을 제재로 호미곶을 그린다. 그만큼 사람들의 화제가 온통 유별난 올해 더위 주변에 맴돌기 때문이다. 정재모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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