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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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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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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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바가지만큼 쓸모가 많은 도구도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을 두 쪽으로 가른 이 그릇은 물을 푸거나 물건을 담는 데 쓴다. 요즘은 플래스틱 바가지가 본래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더 많은 쓸모는 본래의 용도 밖에서 찾을 수 있으니 흥미롭다. 예컨대 `바가지 긁다’는 살림하는 여자가 남편에게 쏟아놓는 불평이다.그런데 왜 하필이면 바가지를 긁었을까? 옛날 살기 어려웠던 시절 바가지에 담을 곡식조차 없어 불만이 싹튼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생뚱맞다 싶은 것은 `바가지를 쓰고, 씌우는’ 짓이다.  부당한 손해,책임을 혼자 쓰거나 남에게 떠넘길 때 쓰는 말이다. 여기서 더 나가면 `바가지 차다’가 된다. 거지 신세가 됨을 이른다. 쪽박을 찬다고도 하지만 바가지보다 작은 게 쪽박이니 그게 그 소리다. 이인직의 `귀의성’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 나는 쪽박을 차더라도 시앗만 없으면 좋겠다.”
 지난 주말 경북동해안 일대에는 100만명을 오르내리는 피서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피서객 숫자야 어림짐작으로  뻥튀기 하기 일쑤이니 탓해봤자 정확성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그러나 이들이 묵어간 피서지에서 생긴 일만큼은 분명하다. 바가지 씌우기에 터진 분통이다.  하룻밤 3만원인 민박집 숙박료가 9만원(2인1실)이면 3갑절이다. 1000원짜리 생수 한 병을 2000원씩 받아내기도 했다고 한다. 어디 이것 뿐이겠는가. 바가지 씌우기가 경북의 인상을 먹칠할까봐 두려울 지경이다.
 피서지의 바가지 씌우기는 어제 오늘 시작된 일도 아니다. 이들 바가지 업소들은 `한철 장사’라는 한마디로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려 든다. 그러면서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또 그 이전에도 바가지를 씌웠지만 올해는 더 많은 `봉’들이 몰려오지 않았느냐고 희죽거릴지도 모를 일이다. 겉보기에는 똑같은 박을 톱질해 탔지만 놀부와 흥부 형제는 왜 다른 신분이 됐는지도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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