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zonenews)
이명박 대통령이 장고 끝에 40대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총리 후보자로 내정했다. 김태호 총리내정자가 발표되자마자 총리의 자질이나 적격성 여부는 차치하고 `48세’라는 나이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형국이다. 40대 총리가 JP 이후 거의 40여년만에 처음이라니 그럴만도하다. 더구나 인사에 관한한 좌고우면이 심한 이 대통령의 결단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도 관심이다.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비서로 출발해 도의원, 군수, 지사를 역임한 지방행정 전문가다. 중앙 정치 경험과 중앙 행정 경험이 거의 없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다. 나이가 어리다거나 중앙정치나 중앙행정 경험이 적어서 신선한 측면도 있지만 김 후보자의 잠재적 역량이 간단치 않음을 그의 경력에서 느끼게 된다.
도지사 시절, 공무원 노조와 벌인 한판 승부에서 보여준 김 후보자의 확고한 국가관은 매우 인상적이다. 또 이런 저런 사안에 대해 그가 조심스럽게 언급한 내용에서 언뜻 읽혀지는 정치철학과 정치이념 역시 결코 만만하게 볼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김 후보자가 청문 절차 등을 거쳐 총리가 된다면, 그는 40대 총리로서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고 성공한 총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도 무방하다.
그러나 김 후보자에 대한 우려를 쉽게 지우기 어렵다. 그것은 그의 화려한 등장 자체가 `차기’를 겨냥한 정치투쟁의 핵심 변수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의 총리 기용 자체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공격’이라고 인식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자의든 타의든 김 총리후보자는 이러한 정치적 시험대를 홀로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총리는 대통령 참모 중 1인’에 불과하다. 철저한 대통령 책임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총리가 대통령을 뛰어넘는 것은 그 자체가 `위헌’이 될 수 있다. 총리는 대통령에 의해 임면되는 소모품에 불과하다. 김 후보자는 이 한계를 제대로 인식해야 성공한 총리가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이유로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파격적으로 발탁했는지. 그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일단 중앙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이상 김후보자는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차기대권 경쟁의 격랑 속에 내던져졌다고 봐야한다. 그가 차기대권주자로 입신할 수 있을지는 많은 관문을 거쳐 증명될 수밖에 없다.
그에게 주어진 사명은 우선 `성공한 총리’가 되는 것이다. 일단 이명박 대통령이 발탁한 이상 그의 여권내 입지는 충분하다. 8·8 개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가 대거 입각함으로써 내각도 이 대통령 친정구도가 강화됐다. 더구나 권력 2인자인 이재오 의원이 특임장관에 기용됨으로써 든든한 바람막이를 얻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벌써 `인턴총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왕총리’, `특임총리’격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통괄 속에 들어있다는 비아냥이다. 비중으로 따져도 김 후보자가 이 특임장관을 능가하는 모앵새가 아니다. 과연 김 후보자가 이 특임장관의 `수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성공한 총리가 되기위한 첫째 조건은 `차기’를 겨냥한 정치싸움에서 최대한 벗어나는 것이다. 정파와 세대를 초월한 소통 노력에서 김 후보자가 대통령 1급 참모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다면 그의 정치적 미래는 많은 보수우파들의 희망이 될 수 있다. 반면 취임 초부터 차기경쟁구도에 함몰된다면 기존 정치권에 `쪽배’ 신세인 그에게 격랑이 몰려올 가능성이 높다.
그에게 `제2의 이인제’라는 손가락질이 쏟아지는 현상도 유의해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인제 당시 경기도지사를 후계자로 `육성’하려다 대선을 망치고 정권을 친북세력에게 넘겨준 과거를 들먹이는 것이다. 김 총리후보자는 이인제가 걸은 길을 걸어서는 안된다. 김 후보자가 성공한 총리로서 보수우파 진영의 확고한 미래경쟁력으로 인정받는다면 그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차기 경쟁력에도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모쪼록 김 후보자가 새로운 리더십에 갈급해하는 우리 정치판에 큰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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