뎬무는 횡포를 부리기에는 덩치가 조금 작은 것 같다. 9일 오후 6시 현재 최대풍속은 초당 24m였고 시속은 27㎞라고 했다. 태풍 중심 가까이 부는 풍속은 초당 30 ~50m를 넘는다. 순간 최대풍속이 초당 80m인 것도 있다. 뎬무가 폭염을 끄고 비를 흠뻑 내려주고 간다면 그야말로 효자 태풍이다. 지금 대구·경북 지역은 태풍이라도 오기를 기다릴만큼 찜통 속에 갇혀있는 신세이어서다.
전국을 휩쓴 불볕더위는 지난 1주일 사이에 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다. 전국 460개 응급의료기관 보고를 종합하면 응급실 진료를 받은 사람이 145명이나 된다. 지역에서도 뙤약볕 아래에서도 농사일을 하던 80대 노인이 쓰러졌다. 이보다 훨씬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도민체전 뒷바라지에 나선 공무원이 희생되기도 했다. 살인폭염이라 할만 했으니 태풍이라도 반기는 마음이 무리는 아니다 싶다.
땡볕 속에 가뭄피해가 만만하지 않아 보인다. 안동댐 수위가 130m 아래로 떨어질까봐 관계자들의 가슴이 바작바작 타들어 갔다고 한다 .댐 수위가 이 아래로 떨어지면 발전 자체를 못하기 때문이란 이야기다. 그동안 가뭄피해가 어땠는지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다.울진군에서는 800가구가 제한·비상급수에 매달려 살아야 했다. 땀구멍이 없는 닭이나 돼지가 픽픽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축산농민들은 속에서 화산이 터져나올 지경이었을 게다.영국속담에 이런 게 있다. `태풍은 굴참나무의 뿌리를 더욱 깊게 뻗치게 한다.’재앙을 견뎌낼 뿌리는 우리도 필요하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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