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듣고 싶은 공직자들의 `가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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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듣고 싶은 공직자들의 `가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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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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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년 전 수돗물로 배 채우듯 우리 모두 가난했다”
(dailian)
 
 
 2009년 9월 21일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정운찬 전 총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충청도 공주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국립대학교 총장을 거쳐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는 우리 사회로부터 이루헤아릴 수없는 은덕을 입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빈곤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은 정치인이나 입각하는 사회 지도층이 자주 사용하는 패턴이 된 지 오래다. 정동영 의원은 2007년 11월 27일 당시 대권 연설에서 “30년 전 홀어머니, 동생들과 동대문시장에서 일하며 학비를 벌었다. 하지만 동생들은 실업학교에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섰을 때 강금실 후보도 이렇게 말했다. “4학년 때 서대문구 금화국민학교로 전학을 갔을 때 정말로 가난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날마다 아프셨고, 매일 콩비지를 끓여 먹어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어려움은 특히 더 많이 언급된다. 지난 7월9일 부산·울산·경남권 비전발표회 연설 내용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후보도 이렇게 말했다. “대구 신천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살다가 못살아서 또 다시 합천 산골로 갔다. 강변 하천부지 한쪽에서 먹고 살다가 또 먹고살기 힘들어 전가족이 74년도에 울산으로 갔다.”
 실제 일어난 일이라면 그것을 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 가난했다는 것이 현재의 정책적 비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알 수 없다. 당시 풍요롭지 않은 시절에는 누구나 어렵게 살았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대개의 발언을 보면 혼자만 가난했고 다른 급우들은 부자인 것처럼 된다. 혼자 도시락을 못싸오고 수돗물로 배를 채운 것으로 기술하지만 이러한 행위를 한 사람이 어디 혼자만일까.
 이러한 `가난 마케팅’은 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감성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보겠다. 하지만 정치는 현실이고 정책으로 말해야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감성 마케팅으로는 한계에 이를 때가 많다. 진대제 전 장관은 “가난한 집에서 출신으로 아무런 배경 하나없이 공부 하나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현재 삶은 윤택하기만 하다. 또 그의 정책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얼마나 효과를 나타냈는지 알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를 할 시간이 없었던 것은 가난한 살림 때문에 일을 해야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루 4시간 이상 자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친(親)서민임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가난한 서민을 위한 정책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농민의 아들임을 TV토론에서 강조했지만 농민 정책에 소홀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는 8월8일 기자들에게 “나는 소장수의 아들로 태어났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 때문에 중학교만 졸업하고 농사를 지을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는 가난을 모토로 자신의 정체성과 향후 향보를 암시하게 했다.
 과거의 가난을 말한 사람은 많다. 하지만 정책으로 현재와 미래를 말한 사람은 적다.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이다. 김 내정자가 보여야 할 것은 정책적 비전과 그 실체적 효과일 것이다. 20대에게 무엇으로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인가는 매우 절박하다. 소장수, 농민의 아들이 아닌 이들에게 무력감과 자괴감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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