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이상없다’는 1928년 나온 레마르크의 소설 제목이다. 레마르크 자신이 독일군 병사로 참전한 경험도 갖고 있다. 전선에서는 새파란 청년들이 잇달아 죽어나갔다. 그런데도 “이상없다”는 보고는 변합없이 올라가는 전장의 허구를 고발한 작품이다. 초능력을 가졌다는 멜레리우스도 이 책만은 어쩌지 못했을 것 같다.
지금 안동에서는 구제역의 발생시기를 둘러싼 당국의 허위보고서가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안동방역대책본부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찾아갔을 때 방역 당국이 허위 보고를 했음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구제역 발생 시기도, 판정 과정도 모두 다르다. 가축위생시험소가 방역 당국의 보고를 뒤집었다는 얘기다. 보고서를 조작하고, 진실을 가렸다는 의혹이 일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안동서현농장에서는 구제역 양성판정이 내리기 한 달 전부터 죽은 돼지를 무더기로 파묻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병든 돼지를 불법 반출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판이다. 과연 구제역 걸린 돼지를 몇 마리나 유통시켰는지 관심거리다.
방역선이 그토록 허무하게 무너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렇건만 주무 장관에게는 생뚱맞은 보고만 일삼았다. 죽은 멜레리우스를 초빙해야 하나? 젊은 병사들이 속절없이 총탄에 쓰러져 가건만 `이상없다’고 판단한 서부전선 지휘관과 무엇이 다른가. 경찰 수사 결과가 주목거리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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