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알려주는 감동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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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알려주는 감동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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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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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욱 열 (강남대 행정학과 대우교수)  지난 12일 미국의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한 버락 오마바 미 대통령의 추모연설이 화제다.  총탄에 숨진 아홉살 소녀 얘기를 꺼내면서 대통령으로서 두딸을 둔 아버지의 심정으로 무려 51초간 침묵하며 자신을 추스르는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언론은 `51초 침묵의 연설’이란 제목으로 호평했다. 그동안 오마바 대통령의 정책을 비방하며 반대편에 서있던 자들까지도 칭찬대열에 가세했다고 한다.  우리가 명연설이라 함은 대중을 사로잡는 명쾌한 말솜씨를 으뜸으로 치지만 때론 사람들은 말보다 침묵을 더 신뢰하고 침묵에 더 공감한다. 말보다 침묵이 진실에 훨씬 가까이 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라는 명언이 새삼 느껴지는 이유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2만여 참석자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 비극적인 사건의 현장에서 미국은 다시 하나 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었던 것이며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은 물론이며 전 세계인과 감정적인 소통을 한 셈이다.  지난 대선이후 정적(政敵)인 힐러리 로댐 클린턴을 국무부 장관으로 내정하면서 상대방을 포용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바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진정성을 담보로 한 신뢰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이라고 해서 서로를 향한 비난과 독설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담론(談論)이 더 활발한 편이다. 단지 우리처럼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으며 철저하게 의장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미국의 지난 9·11 테러와 이번 총기 난사사건의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감동의 정치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의 정치와는 너무나 대조되기 때문이다.  집권당 대표의 잦은 설화(舌禍)와 장관까지 지낸 야권의 고위인사의 막말과 국회의원의 무책임한 폭로전으로 비방과 고소로 이어지니 감동의 모습은 고사하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느껴질 뿐이다.  해방 이후 최대의 환난인 구제역 확산으로 연일 생매장하는 가축 수가 늘어나고 매몰된 이후의 후유증이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판에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감사원장 후보자의 추천과 사퇴 그리고 이를 둘러싼 갖가지 말들에 국민들은 용기와 힘을 잃어가고 있다.  노자는 일찍이 도덕경에서 지도자가 말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린다는 다언삭궁(多言數窮)으로 지도자의 말에 경계의 가르침을 주지 않았던가. 언제 부터인가 우리는 많은 말들을 하고 싶어 한다. 법정스님은 이 세상에 말빚도 남기기 싫어서 자신의 저서까지도 절판하라는 유언을 남겼는데도 말이다.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게 되면서 일어난 현상들이다. 첨단 통신기기들을 사용하면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무장하고 타인과 소통하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우선 표현하는 스마트 몹(첨단장비를 지닌 똑똑한 군중)이 늘어난 것이 그 원인이다.  걸고 받던 휴대폰에서 터치(touch)로 인한 느낌, 감성, 감각의 센솔로지(Sensology)가 중요하듯이 그럴수록 우리사회는 감성을 더 목말라 한다.  최근 모 방송의 `남자의 자격’이란 프로그램에서 박칼린의 리더쉽이 빛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통과 신뢰,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감동이 전해졌기에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연출가와 배우자, 스탭들이 모두 하나라는 공감대의 형성과 노력의 산물임은 물론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 정의, 소통, 공정사회는 말로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절실히 묻고 목숨을 걸고 답하는 조선시대 선비정신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우리는 길을 잃을 것이 확실하다.  오바마가 알려주는 감동의 정치. 박칼린의 감동이 전해지는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은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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