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안위는 지난해 말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이익단체의 로비를 법으로 허용하는 조항을 신설하려다 여론의 몰매를 맞고 포기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나라가 구제역이다 뭐다해서 소란스러워지자 지난 4일 몰래 회의를 열어 법을 통과시켰다. 불과 10분 만이다. 입법로비로 기소된 11명의 의원이 정범(正犯)이라면 행안위원들은 공범(共犯)인 셈이다.
행안위가 처리한 법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청목회 입법로비로 기소된 11명 의원들에 대한 처벌근거가 사라진다. 지금의 법으로는 범죄행위지만 새로운 법에는 합법적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사람을 죽이고도 살인죄를 고쳐 살인범에 대한 처벌도 면죄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경한 법 우선 적용의 원칙’ 때문이다.
행안위는 또 “누구든지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는 제33조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를 이용해 강요하는 경우에 한해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변경했다. 이는 경찰이 `농협의 불법 정치후원금 의혹’ 수사를 하며 적용한 조항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한마디로 “국회의원 후원금에는 시비걸지 말라”는 것이다. `조폭행태’가 따로 없다.
이제 법개정안은 법사위로 넘어갔다. 법사위가 `마피아’처럼 동료의원들을 구제하는 법안을 처리할지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 또 국회본회의가 어떻게 처리할지도 예의주시할 것이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법사위가 이 법을 폐기처리해야 한다. 법사위까지 `조폭행태’에 동조한다면 본회의가 부결시켜야 한다.
국민들도 안경률(이원장) 고흥길, 김소남, 김정권, 박대해, 서병수, 안효대, 유정복, 유정현, 백원우, 김충조, 문학진, 이석현, 이윤석, 장세환, 최교식, 윤상일, 이명수, 정수성, 조승수 등 행안위원 이름을 기억해두자. 이 중에는 유정현, 최규식, 이명수 등 청목회 입법로비로 기소된 의원이 포함됐다. 자기의 범죄혐의를 자기 손으로 벗기려든 경우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해야할 일이 분명히 생겼다.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가 이 법을 통과시키면 법에 찬성표결한 의원들을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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