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넘어온 국경…녹록치 않은 남한의 차가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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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넘어온 국경…녹록치 않은 남한의 차가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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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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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영화 `무산일기’
 
 박정범 감독 장편 데뷔작
 단편`125 전승철’토대

 탈북자의 내면 파장 집중
 감독 직접 주인공 맡아

 세계가 주목…찬사 쏟아져
 유수 국제영화제 수상 행진

 
 박정범 감독의 장편 데뷔작 `무산일기’는 우리 사회에 적응하려는 탈북자들의 삶을 견고한 내러티브로 풀어낸 영화다.
 탈북자 동료 경철(진용욱)의 집에 얹혀사는 전승철(박정범)은 거리에 벽보를 붙이며 살아간다. 거짓말 안 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삶은 그에게 불친절하다. 상사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고, 경쟁자들로부터는 툭하면 구타를 당한다.
 그러던 차에 교회를 다니면서 알게 된 숙영(강은진)이 자꾸 눈에 밟힌다. 승철은 우연히 숙영의 아버지가 노래방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곳에 취업하는 데 성공한다.
 부푼 꿈을 안은 채 일을 시작하지만 교회에서 자신을 아는 척하지 말아 달라는 숙영의 냉정한 태도에 가슴만 멍들어간다.
 한편, 경철은 탈북자 브로커 일을 하다가 잘못돼 도망자 신세로 전락하고 룸메이트인 승철도 덩달아 위기에 처한다.
 `무산일기’는 감독이 자신의 단편영화 `125 전승철’을 토대로 자신이 직접 출연해 만든 장편이다. 상영시간이 21분에 불과했던 단편에 비해 장편은 127분으로 6배나 늘었다. 늘어난 시간만큼 캐릭터 수도 많아졌고 사건도 복잡해졌다.
 영화는 도덕적인 승철이 대한민국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비도덕적으로 타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성공의 꿈을 안고 한국에 왔지만 승철의 `남한 적응기’는 쉽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면접을 보고 내적인 안식을 찾고자 교회에 다니며 사랑을 이루고자 노래방에서 일하지만 그의 꿈은 번번이 좌절된다.
 감독은 인물과 카메라의 거리를 정교하게 구축하면서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밀도 있게 전달한다. 핸드헬드를 자주 써 거친 느낌을 자아내지만, 인물들의 불안한 심리상태가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감독의 연기나 강은진, 진용욱의 연기도 수준급이다.
 
 

 마음을 움직이게 할 만한 강렬한 장면도 있다. 영화 후반 승철이 교회에서 고백하는 장면은 영화의 의문점들을 일거에 일소시킬 만큼 압축적이면서도 정서적으로도 큰 울림을 준다. 롱테이크와 짧은 쇼트를 연이어 보여주는 결말 장면도 마음을 파고든다.
 승철의 꿈이 찢기듯 벽보가 찢기는 장면이나 노래방에서 `500마일’과 같은 음악이 나오는 장면 등 이미지와 상징이 넘실대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승철이 연속적으로 해고되는 과정도 리얼리즘을 표방한 영화치고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한 탈북자의 내면 파장에 집중한 `무산일기’는 “영화가 오늘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 “인간성의 심연을 간명하고 처연하게 그려낸 걸작” 등의 찬사를 받으며 부산국제영화제, 마라케시영화제, 로테르담영화제, 도빌영화제 등에서 본상을 받았다. 4월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추천DVD  `크로싱’
 
아내 약값 마련위해 두만강 국경을 넘다
 
살기 위해 국경 넘고,또 다시 넘고…
북쪽 주민의 처절한 삶 담담히 풀어내
북한 마을·수용소 등 현실감 있게 묘사

 
 북한 동북쪽 지방으로 중국 국경과 맞닿고 있는 함경북도.
 이 곳의 한 탄광마을에 사는 용수(차인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은 부인 용화(서영화)와 아들 준이(신명철)다.
 퇴근 후 아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 시간은 그에게 가장 즐거운 순간이다. 넉넉하지 못하지만 입에 풀칠은 하는 형편이니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이 그가 가진 작은 행복이다.
 처음부터 남한으로 `귀순’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가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건너간 것은 결핵을 앓고 있는 아내의 약값을 벌기 위해서였다.
 벌목장에서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지만 탈북자인 그는 그곳 공안에게 쫓기는 신세다.
 앓아 누운 아내를 생각하며 마음을 졸이는 그에게 어느 날 남한 사람들과 인터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목숨을 걸고 중국의 남한 대사관에 들어간 그는 그제야 그가 받을 수 있는 돈이라는 게 귀순 후의 정착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크로싱’이 주는 감동은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과 북쪽 주민들이 처한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사실 자체의 묵직함에서 온다.
 `크로싱’(crossing)이라는 제목처럼 인물들은 살기 위해 자꾸 국경을 `넘어야’하지만 그럴수록 서로 `엇갈려’ 이별을 되풀이한다.
 모두 알고는 있으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북한의 현실에 대해 김태균 감독이 내는 목소리의 톤은 그리 높지 않다.
 감독은 굳이 감동적인 순간을 가공하려 하지 않은 채 북한 주민들의 현실과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담히 풀어 놓는데에 주력한다.
 이를 위해 그가 집중한 것은 기교보다는 리얼리티에 있었던 듯하다.
 `화산고’, `늑대의 유혹’ 등 비주얼이 돋보이는 전작을 만들었던 그는 북한의 마을과 수용소, 국경 주변의 풍경을 마치 북한 현지에서 촬영된 것처럼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영화는 남한에 온 용수가 가족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과 아들 준이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둘 사이의 감정의 끈이 끊기지 않고 계속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용수가 서울에 들어오며 이들의 사연은 이제 북한이나 중국 같은 `먼 곳’의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 이웃의 사연이 된다.
 서울 도심을 배회하는 용수의 모습을 통해 먼 곳에서 펼쳐지던 안타까운 사연이 남한의 관객들 틈으로 들어온 것이다.
 용수가 남한에 올 즈음 부인 용화는 숨을 거뒀다.
 홀로 남은 준이는 이웃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작은 여비를 마련해 아버지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남한에 정착한 용수 역시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하루라도 편히 잘 날이 없다.
 북한에 남겨두고 온 가족들과 연락을 취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던 중 수용소에 갇혀있는 준이의 소식을 들은 그는 `브로커’를 통해 준이를 몽골로 탈출시키려 한다.
 차인표와 아들역의 아역배우 신명철은 담담히 인물의 진심을 담아냈고 그 결과 각자의 슬픔을 관객들의 안타까움으로 전이시키는데 성공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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