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선사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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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선사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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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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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한문으로 전하는 나옹선사(懶翁禪師)의 이 선시(禪詩), 누군가가 참 멋지게 번역했다. `청산은 나를 보고…’는 어디서 씌어졌을까. 이 시를 접할 때마다 품는 의문이다. 오대산 상원사 미륵암에 나옹대가 있다는 걸 보아 아마 거기가 이 선시의 태생지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고려 말 우왕의 왕사(王師)로 회암사와 신광사에 머무르다가 밀양으로 옮기던 길에 들른 경기도 여주 신륵사(神勒寺)가 입적할 때까지 주석(駐錫)했던 곳이다. 그에게 말없이 살도록 일러준 그 청산이 거기였을지도 모른다. 신륵사 경내 남한강변 경치 좋은 곳에 정자 강월헌(江月軒)이 있어 `청산’과 `창공’같은 시어가 마땅히 떠오를 만한 풍광이기에 해보는 추측이다.
 성은 아(牙)씨, 본명은 혜근(慧勤), 속명은 원혜(元慧)이며 호는 나옹 또는 강월헌(江月軒). 그를 가르친 지공(指空)선사, 그에게 배운 무학(無學)대사와 더불어 우리 불교사에서 3대 선승으로 꼽히는 분이 나옹선사(1320∼1376)다. 그의 시 `청산은 나를 보고…’를 암송하는 우리 국민은 많지만 경북 영덕군 창수면이 나옹선사의 태생지임을 아는 사람은 이 고장 사람들 말고는 흔치 않다. 향리 신기리에 있는 그의 `반송유적지’가 7백년 가까이 마을을 지켜왔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더더욱 드물다. 그러고 보니 영덕이 선사의 태생지라면, 만고 명시 `청산은 나를 보고…’의 고향 또한 영덕이 아니고 그 어디이랴 싶다.
 영덕군이 지난 16일 창수면 신기리에 나옹선사를 기리는 육각정자와  누각을 완공하여 제막식을 가졌다. 반송정과 강월헌이다. 반송(盤松)은 선사가 출가할 때 꽂은 지팡이가 잎을 피워낸 소나무였다 하니, 정자 한 칸 세울 만도 하다 하겠다. 돈 들여 옛사람 유적지 정비한 뜻이야 관광자원화 하여 사람들 발길을 끌자는 것일 테다. 관광도 좋고 나옹선사 행적 되새기는 것도 좋지만, `티 없이’ 살고자 했던 저 맑은 영혼을 본받아 마음을 맑게 하는 일이야말로 탐욕이 가득한 오늘의 사바세계사람들이 정녕 새겨야 할 값진 그 무엇이 아닐까.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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