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돈 빼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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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돈 빼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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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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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굴러들어온 돈이 `뜬돈’이다. `공돈’과 같은 뜻이다. `눈먼돈’도 땀 흘리지 않고 손에 넣는다는 쪽에서 보면 같은 반열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두 가지로 뜻풀이를 해놨다. ①부정한 방법이나 사유로 주고받는 돈 ②아무나 쓰거나 가져가도 상관이 없는 돈.
 시인 김소월이 `돈타령’을 했다. “요 닷돈을 누를 줄꼬. 요마음./ 닷돈 가지고 갑사댕기 못 끊겠네 / 은가락지는 못 사겠네 아하!/ 마코를 열 개 사다가 불을 옇자 요 마음.” 톨스토이도  `전쟁과 평화’에서 돈을 입에 올렸다. “아아, 돈, 돈! 이 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슬픈 일이 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소월의 마음은 갖지 못할망정 톨스토이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서는 안되는 게 인간 사회다. 그러나 이 원칙론은 언제나 선반 위에 놓인 신세가 된채 잊혀진다. 그러고는 끝없이 눈먼돈 빼먹기가 계속된다. 이런 자탄도 있다. S.츠바이츠크의 `마음의 파멸’에 나오는 대목이다. “돈, 그 망할놈의 돈이 그들을 다 버려놓은 거야…. 그것이 그들을 나로부터 멀게 해 놓은 거야. 어리석은 나는 그것을 모으느라고 고생을 한 끝에 나 스스로를 도난당하고 나 스스로를 빈곤하게 하고,그들까지도 나쁘게 만들어 놓았어…. ”
 한국수력원자력 울진원자력본부가 공금 횡령의 보금자리가 돼버렸다. 최근들어 두 번째다. 지난해엔 판공비를 부풀려 7000만원을 꿀꺽했다. 이번엔 납품대금을 가로채 `먹튀’한 돈이 자그마치 9억5000만원이다. 드러난 것만 그렇고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니 두고 볼 일이다.
 옛날 재사로 이름을 날리던 정수동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날 이웃 사람이 얼굴이 새파래진채 달려왔다. “아기가 엽전을 삼켰어요.” 되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벼슬아치들은 엽전을 꾸러미로 먹어도 괜찮지않은가. 걱정말고 돌아가 있게. 내일 아침엔 나올 걸세.”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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