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령초가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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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초가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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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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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에/ 궂은비 나리는 이 밤은 애절쿠려/ 능수버들 채질하는 창살에 기대어/ 어느 날짜 오시겠소, 울던 사람아’. 해방전 백년설이 부른 `번지 없는 주막’은 나라 잃은 국민의 허허롭고 무연한 애수를 잘 담아 널리 불렸던 노래다. `주막’이 불러오는 상념, 정처 없는 나그네의 여수(旅愁)와 매칭되어 사람들 심금을 더 울렸던 걸까. 오늘날도 여전히 이 노래가 애창되는 걸 보면 주막은 어쩌면 우리네 한국인의 가슴속에 포도씨알처럼 박혀 있는 그리움지도 모른다.
 나귀등에 황앗짐을 싣고 떠도는 장돌림들이 허기를 때우고 하룻밤 묵을 수도 있는 집이 주막이다. 신라 김유신 장군이 드나들었다는 경주 천관의 술집을 이의 원류로 보는 재미있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엽전 을 주조하여 유통시키기 위한 유인책으로 고려 조정이 개경과 각 주·현에 두었던 관설주점(官設酒店)이 그 남상(濫觴)이라는 설이 더 그럴듯하다. 혹자는 고려속요로 전하는 `쌍화점(雙花店)’도 주막이 아니었겠느냐고 한다.
 주막은 조선후기 근대사회의 맹아기 시장경제활동이 차츰 활발해지고 역참제도가 발달하면서 각 고을 교통요지에 번창하기 시작했다. 팔도 방방곡곡 시장부근이면 어디든 생겨났고, 그 형태도 다양했다. 목로주점이라고 부르는 선술집, 남자손님과 여주인이 서로 얼굴을 보지 않은 채 술상만 내밀어 주고받는 내외주점, 대작한 여자와 함께 잠을 잘 수도 있는 색주가 등등이 분화된 주막의 형태들이지만 그 본령은 역시 먼길에 지친 길손이 잠시 들러 목을 축이고 쉬어 가는 곳이다.
 일찍이 조선시대에 영남의 문경새재(鳥嶺)와 소백산고갯길인 풍기의  죽령(竹嶺;대재)이 선비들 과것길목이었기에 이곳 주막이 유명했었다. 경북 영주시가 최근 `죽령초가집’ 주막을 재현하여 문을 열었다. 막걸리는 물론 산채비빔밥 같은 전통 먹거리와 지역특산품이 과객을 기다리고 있다는데, 경치가 좋아 찾는 발걸음이 꽤 많은 모양이다. 근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웃동네 예천의 삼강주막처럼 별난 관광자원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정재모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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