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의`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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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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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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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을 글감 삼은 내용을 보면 `그리움’ `외로움’같은 것들이 많이 배어있다. 일부만 옮겨본다. “이처럼 슬픈 인생일진댄/ 차라리 망망한 창해/한 점 섬으로 이어져라// 날에 날마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고이고이 사념을 씻어 보내고/ 아득한 뭍이 임인 양 그리워지면/ 하늘을 우러러 별을 세며 살지”   <洪原/섬>
 섬을 뜻하는 한자 `도(島)’를 뜯어본다. 조(鳥)와 산(山)이 합쳐져 있다. 바다 가운데 떠있는 산에 지친 날개를 접고 잠시 앉아 쉬는 새같이 보인다. 시인 박남수는 그 모습에서 널부러지지 않은 자세를 읽었음인가. 이렇게 썼다.“바다 위에 무한의 공간이 있고/ 숲 위에 앉을 자리도 있다./죽지에 힘이 다하지만 않으면/ 그것은 누리는 자유다./ 부두에 앉아서,새는 / 날아갈 자세를 굳히고 있다.”
 울릉도의 초·중학교 교사 90여명 가운데 40여명이 지난 주말에 이어 월요일까지 수업을 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지난주 `놀토’를 이용해 금요일(27일)에 반가를 내고 새처럼 뭍나들이를 했다가 제때 돌아오지 못한 때문이다. 북상중인 태풍 송다가 뱃길을 가로막은 탓이다. 때문에 학교마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말았다. 예정된 중간고사를 치르지 못한 학교까지 나왔다고 한다.
 당황한 선생님들은 한마리 새가 되어서라도 학교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리라 생각된다. 문제는 이런 `놀토 나들이’가 관행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잖아도 교육열 높기로  전 세계를 통틀어 첫손 꼽히는 한국의 학부모들이다. 미국 대통령까지도 알아주는 교육열이다. 울릉도라고 예외일쏜가. 학부모들의 불편한 심기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교직의 매력 가운데 하나가 방학이다.  기나긴 방학도 있으니 날씨가 궂으면 선생님들께 뭍나들이를 참으시라고 권고할 밖에. 울릉도보다 더 열악한 낙도 분교들도 수두룩하지 않은가.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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