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줍기 장학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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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줍기 장학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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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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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삭줍기는 농작물을 거두고 남은 것들을 줍는 행위다. 그러니 챙길 수 있는 것은 잔챙이들 뿐이기 십상이다. 굳이 의미를 살려본다면 `제2의 수확’이라고 하면 될까? 이삭줍기라고 해서 반드시 가을걷이 때에만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예컨대 여름감자를 거둬들이고 흙 속에 묻혀있는 감자 가운데는 알이 굵은 것들도 여러 개 있게 마련이다. 때문에 이삭줍기 농사로 푸대를 채우는 사람들도 있다. 큰 농사를 짓는 곳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스포츠 사업에서 `큰 농사’에 해당되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골프일 게다. 지자체마다 골프장을 더 세우려고 군침을 삼키는 모습에서 그 실속이 어느 정도인지 가름해볼 수 있다. 때문에 옛날 같으면 호랑이라도 출몰했을 법한 산골에도 골프(연습)장은 어김없이 들어서있다. `어~흥’소리 대신 `굿샷’함성이 터질 때마다 하늘을 가르는 흰공이 멋져 보인다.
 예천군이 3년전 35억원도 넘는 돈을 들여 지은 골프연습장이 진호국제양궁장 뒤편에 있다. 타석이 42개 되는 큰 규모다. 이 골프연습장이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2억1500만원이다. 그러나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비를 빼고 나니 남은 돈은 634만원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514만원이 예천군민 장학기금으로 기탁됐다. 예천군과 예천군 골프협회가 수익금의 80%를 기탁하기로 한 협약에 따른 것이다.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는 소리같다는 느낌이 든다. 운영의 투명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골프대중화시대라고한다. 그렇다고는 하나 예천군에 골퍼가 몇이나 된다고 지자체가 나서서 골프연습장을 짓고 위탁운영까지 했는지 궁금해진다. 35억원을 은행에 맡겨두기만 했더라도 이 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감자밭에서도 알 굵은 이삭을 줍는 판이다. 하물며 35억원을 투자해 장학기금 500만원을 벌여들였다면 희한한 이삭줍기다. 아니 실패작이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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