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이란 숫자를 한국인들은 유난히 좋아한다. 친근한 만큼 끌어다 붙인 쓰임새도 광범하다. 만세도 삼창이요, 가위 바위 보도 세 번을 하고서야 판이 난다. 여든까지 가는 버릇도 세 살부터 형성되며 혼내 마땅한 일 너그럽게 봐 주는 것도 세 번까지다. 갓 태어난 핏덩이가 하나의 생명체로 대접받는데도 세이레(3주일) 아닌가. 처녀가 시집가면 3년간은 듣고도 못들은 귀머거리로 살아야 하며, 눈먼 사람 노릇도 3년은 해야 하고 벙어리행세도 3년을 넘기라는 게 친정엄마의 당부다.
한국인들이 숫자 3을 좋아하는 건 셋을 한 사이클로 삼아 일의 완결점으로 여기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3은 `완성의 숫자’이고 그래서 길수(吉數)란 의식인데, 정말 그런가 보다. 3에 대한 호감, `삼세번’이 가져올 행운을 운명처럼 기다려온 우리네 믿음이 마침내 헛되지 않았다. 6일 자정 남아공 더반에서 날아든 동계올림픽 평창유치 낭보는 한국의 한여름 밤을 환희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2003년 7월, `체코고배’에 이은 2007년의 쓴잔 다음에 맛보는 `삼세번’째의 환희다. 우리도 동계올림픽 한번 개최해보자고 맘먹고 나선 지 12년만의 쾌거에 지금 우리국민은 무한한 행복감에 젖었다. 환희의 눈물을 쏟으며 울고 또 울었다. 이 감동, 이 환희 두고두고 즐기자. 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 이 기쁨의 순간에만 머물러 있을 순 없다. 자, 이제 88서울올림픽, 2002한일월드컵, 2011대구세계육상대회에 이은 또 하나의 기적, 2018평창올림픽, 그 성공과 영광을 향해 차분하게 서두를 때다. 준비해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묵직하게 놓였다. 정재모/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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