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 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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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 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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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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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오게네스는 통 속에서 햇볕을 즐기며 살았던 철학자로 유명하다. 어느날 누군가가 한마디 물었다. “ 어떤 술이 제일 좋은 것인가요?” 대답은 간단했다고 한다. “그야 남의 집 술이지.” 이 말에 현대감각을 조금 섞으면 `얻어 먹는 술”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카드빚을 갚느라 곤욕을 치를지언정 아내에게는 위신을 세워야 하니까.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경험담도 듣는다. 자기집 안방과 길바닥을 혼동한 이야기가 그 하나다. 목이 말라 깨어보니 전봇대에 웃옷이 걸려있고 연탄재를 베고 있더라던가. 이쯤되면 `주(酒)태백’이라고 해도 되는지 선뜻 판단이 서지도 않는다.
 엊그제  대구에서 술이 비극을 부른 사건이 터졌다. 알콜 중독인 70대 노인이 80대 손위 동서를 살해한 사건이다. 자기의 처와 처형에게는 중상을 입혔다고 한다. 포항에서는 고주(망태)가 된 사람들에게서 수천만 원어치 금품을 털어온  일당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른바 `부축빼기’ 수법이다. 2007년부터 24차례에 걸쳐 턴 돈이 4천만원이라고 한다. 게다가 일당 9명은 물색조, 실행조, 운반조로 역할분담까지 했다니 부축털이도 분업시대를 맞았나 싶어 진다.
 만취도 만취 나름이다.미국 뉴욕의 중심구역인 맨해튼의 뿌리는 인디언말이다. `만취의 땅’이란 뜻이라고 한다. 1524년 이탈리아 탐험가 조반니 다 베라자노를 맞아 화주(火酒)로 환대하다가 자신들도 취해 버렸다. 이때 나온 말이 `마나하타”였다나 보다. 인디언들은 만취해 기분이나 거나해졌다지만  도둑에게 지갑을 털리는 사람들은 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니 탈이다. 그러면서도 술이 덜 깬 그들은 키케로의 말을 인용해 중얼거릴 것 같다. “ 술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는  사리 분별을 기대하지 말라.” 하기야  분별력이 있으면 고주 털이를 할까 싶기는 하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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