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전의 상징물들이 추락하고 있다. 철교도 무너져 내렸다. 두부 자르 듯 깎아놓은 절개지는 이제 위험의 진앙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진흙쓰나미’ 는 옹벽도 휩쓸어버릴 태세여서다. 서울 우면산 산사태 이후 안전이 새삼스럽달만큼 우선시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뒤늦긴했지만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면 경북은 어떤가? 자연재해가 들이닥쳐도 꿋꿋이 버틸 수 있을까? 그렇지도 않은 것만 같아 불안하다. 산사태 위험지구가 10곳이나 된다. 산사태만 하더라도 위험 1등급이 2곳이나 된다. 청송과 울진에 한 곳씩 있고 문경엔 2등급이 한 곳 있다. 울진, 영덕, 예천, 봉화에도 3등급이 골고루 퍼져있는 실정이다. 마구잡이로 개발된 팔공산을 안고 있는 칠곡과 경산 또한 산사태 위험 앞에서 떨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절개지 위험지구는 1003곳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위험관리 대상은 수백 곳이나 된다.
시저의 `갈리아 전기(戰記)’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예측은 되는데 보이지 않는 위험이 가장 사람의 마음을 짓누른다.” 핵심을 짚은 말이라고 생각된다. 이게 어디 싸움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불안인가. 듬직한 뒷산이지만 어느 골이 터져서 진흙쓰나미를 휘몰고 내려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어서다. 옛날 성벽은 안전한 피난처였다. 지금은 아니다. 옹벽은 튼튼하게만 보이는데 절개지가 흙물에 휩쓸리게 된다면 수수깡보다도 더 허약하게 무너질지도 모를 일이다. 위험등급에 오르지 않은 산사태 위험지역은 더 많다. 경북만 365곳이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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