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압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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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압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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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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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옥근/의학박사
 
 모임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며칠 전 중국 심양을 거쳐 단동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요즈음 부쩍이나 자주 입에 오르는 `동북공정’문제 때문에 꼭 한번 가고 싶었던 곳이다.
 단동은 우리 땅 신의주 앞에 있는 서북단 경계선으로 중국 땅이다. 미군이 6.25때 중공이 이북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서 단 하나의 생명줄인 압록강 철교를 폭격했던 상흔(傷痕)이 아직도 남아있는 유서깊은 곳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건국초기 이성계가 나라의 명을 어기고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최영장군을 죽이고 고려를 멸망시켰던 뼈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아직도  반 동강 남은 녹슨 철교가 있는 중국 쪽에서는 흰 페인트로 위장한 철교 밑으로 배신과 저항, 분노가 뒤범벅되어 유유히 압록강을 따라 흐르고 있다. 우리가 처음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려고 했던 날보다 거의 한 달여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그곳은 꽤 추운날씨였다.
 원래 날씨가 춥고 처음 가본 곳이라 정신적으로 위축되고 긴장되어 고착된 상태였지만 50여년을 함께 해온 이념과 교육 때문에 경계심부터 앞섰을 것이다.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중국 단동에서 이북 쪽을 바라다 본 야경은 참으로 처참했다. 이곳 단동은 자랑이나 하듯 굉음소리와 함께 높은 건물마다 밝은 전광(電光)으로 휘황찬란한데 반하여 이북 땅에는 불 꺼진 음산한 죽음의 땅 같았다. 마치 죽은 시체들만 쌓아놓은 공동묘지나 다름없는 적막함, 가끔씩 저쪽을 힐끔힐끔 비추고 지나가는 통통배들 말고는 칠흙 같은 캄캄한 적막강산 바로 그것이었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이북을 가장 가까이 가서 한 번 자세히 돌아보자는 의견을 모아 낮에 배를 빌려 타고 우리 일행은 위화도 부근을 돌고 있었다.
 그날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차갑기만 한 강바람. 가끔씩 폐유로 오염이 심한 바닷가에 나와 무엇을 줍기 위해서 떠내려 오는 죽은 물고기를 손에 들고 다니는 주민들, 추위에 떨며 옷가지를 빨고 있는 아낙네들, 주택위로 보이는 큼직한 `21세기 영웅 김정일 장군 만세’라는 빨간 간판글씨가 우리를 더욱 춥게 했다. 나는 왜 이렇게 심난하고 처참한 광경을 바라보면서 6.25 직후에 많이 유행했던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보았다/금순아 어데를 가고 길을 잃고 헤매였더냐/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 달만 외로이 떴다’. 라는 지금은 가사마저 다 잊어버린 식은죽(粥) 같이 굳어버린 이 유행가가 하필 이때 생각이 났을까. 내 친구가 옆에서 무어라고 내게 말 했는 모양인데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통통거린 발동기 소리나,세찬 강바람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우리는 다음날 가이드를 따라 우리 한반도 마지막 경계와 중국이 맞닥뜨린 최전선 철책선을 마주하는 호산이라는 곳에 올라갔다. 그렇게 높지 않는 산이였지만 가팔라서 뒤따라오던 친구들은 다 포기하고 우리 둘이만 올라가고 있었다.얼마나 힘들었던지 상당이 앞서가던 친구의 거친 숨소리가 아래까지 들릴 정도였다.
 그 친구는 3일 내내 나만 보면 다리에 알이 배지 않았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침 인사였다.나는 줄곧 호산(호랑이산)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가 지금 호랑이를 앞에 놓고 호랑이등을 타는 위험함을 멀지 않아 겪겠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들은 몇 년 전부터 이쪽 변방을 강화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또 우리 남한에서 알고 있는 것처럼 중국 단동에서 이북으로 가는 화물선이나 육로로 가는 검문소에서 일일이 검문한다는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는데 이쪽 형편을 잘 아는 가이드 말은 전혀 틀렸다.나는 가슴이 철렁했다.보도를 통해서 볼 때마다 일일이 검열한 것 같이 보였지만 사실은 아무 간섭도 내용적으로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 올 것이 오고 있구나 느꼈다. 그들은 올 겨울 북이 사상 최악의 `핵겨울’을 맞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들은 이북의 식량이 이 겨울 안에 바닥이 나고 전력난이 심각하여 전깃불조차 켤 수가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북의 김씨 왕조는 끝날 것임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다.
 러시아에서도 녹둔도(두만강변 조선 땅)에 제방을 쌓고 중국은 백두산 공정을 착착 진행하여 중국 지린성 산하 창바이산보호개발(長白山)구 관리 위원회가 보낸 철거 통지서를 다 읽어 보았는데 아직도 모르고 있는 사람은 이북 김정일 위원장과 남한 사람 밖에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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