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못 내겠다는 소리 하지 말아야-
오 윤 환 / (언론인)
종합부동산세금 때문에 전국이 들끓고 있다. 6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로 `집 부자’ `아파트 부자’들이 “세금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 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개인주택 종부세 대상자는 약 23만7000명이다. 전국 가구수의 1.3%에 불과하다. `세금폭탄’을 두들겨 맞은 부자들의 입장에서는 괴롭겠지만 그건 오직 `그들만의 고민’일 뿐이다. 99%에 가까운 국민들은 종부세 걱정 없이 살고 있다. 이들 서민들에게는 부자들의 `종부세 타령’이 그저 강 건너의 아우성일 뿐이다.
물론 아파트를 한 채 마련해 수십 년 살아온 1가구 1주택자 입장에서는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고통일 수 있다. 더구나 정부가 미련스럽게 양도세를 올려놓는 바람에 살던 집을 팔고 세금이 적은 작은 집으로 이사가기도 어렵게 만들었으니 분통이 터질만도 하다. 이해찬 전 총리가 말했듯 종부세 대신 `양도세 인하’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나라 집 부자들은 그정도의 세금을 내도 억울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참여정부 들어와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2001년 분양 당시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55평형 분양가는 7억6000여만원으로 평당 1300만원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4년 5월 입주가 시작됐을 땐 30억원 안팎으로 폭등했다. 불과 2년여 만에 집값이 4배나 뛴 것이다. 아파트 한 채로 앉은 자리에서 20여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이 아파트는 최근 55평형 아파트가 평당 5000만원대를 넘겨 32억원대에 거래됐다,
시세차익만 20억원이 넘는 삼성동 아이파크 주민들이 낼 종부세는 얼마나 될까? 지난 9월 팔린 19층 55평 아파트 공시가격는 15억4800만원. 2005년 11억5200만원보다 약 34% 올랐다. 종부세도 크게 늘어나 지난해 75만6000원이던 것이 784만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재산세까지 포함하면 총보유세가 1300만원에 이른다. 47억5000만원에 거래된 73평형은 어떨까. 2006년 공시가격는 24억3900만원. 종부세만 1824만원이고 총보유세는 2700만원이 넘는다. 그러니 `세금폭탄’이란 말이 과장은 아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집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뉴욕 맨해튼을 보자. 맨해튼에서 세무 전문 공인회계사로 일하는 김창수씨는 “맨해튼 아파트 보유세는 재산세 뿐인데 통상 시가의 0.5%안팎”이라고 말했다. 그는 “맨해튼 아파트 가운데 1000 스퀘어피트(27평 정도, 방 2개)의 시세는 120만~170만달러 정도, 즉 오래된 아파트는 120만달러, 새로 지은 아파트는 170만달러 정도”라며 “170만달러(한화 15억8100만원 상당) 짜리에 부과되는 재산세는 9300달러(870만원 상당) 정도”라고 말했다.
맨해튼 아파트의 평가액(우리나라의 과세표준액)은 시가의 3~4%에 불과하지만 재산세율이 15.746%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인 8.693%가 우리 교육세와 비슷한 `스쿨 택스’로 지역 학교에 지원된다. 뉴욕에 인접해 있으면서 학군이 좋은 롱아일랜드의 경우 부동산 보유세는 맨해튼에 비해 2~3배다. 롱아일랜드에 평가액 60만달러 짜리 주택을 보유한 이모씨(55세)는 올 재산세 3500달러, 스쿨택스 6250달러 등 총 9750달러(900만원 상당)의 부동산 보유세를 내야 했다. 롱아일랜드는 시가의 1%에 육박하는 보유세를 납부한 셈이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내년에는 우리나라의 종부세가 맨해튼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금폭탄을 감정적으로, 그리고 강남을 잡기 위해 부자들을 혼내기 위한 목적으로 입안한 흔적이 여기서도 발견된다. 따라서 종부세와 양도세의 일정한 조정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파트를 몇 채씩 갖고 있거나 상습적으로 투기를 해온 아파트 부자들에게는 지금보다 더 혹독한 세금폭탄을 때려도 무방하다. 그리고 종부세를 내야하는 주민들은 집 없이 전세로 월세로 떠도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해서도 제발 우는 소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종부세를 내지 않겠다고 버틴다면 참여정부보다 더 혹독한 좌파정부가 들어서 무지막지한 세금을 때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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