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40년과 한국의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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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40년과 한국의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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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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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윤 환 /(언론인)
 
 아시아개발은행(ADB) 창설 40주년 기념식이 최근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열렸다. 필리핀은 1960년대 중반 ADB를 유치할 때만 해도 당시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가장 앞선 나라였다. 마닐라는 사회간접자본 등 제반 여건이 아시아지역에서는 일본 주요도시 다음으로 잘 구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ADB 유치도 가능했던 것이다.
 1960년대 초반 필리핀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우리에겐 선진국처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현재 문화관광부와 미국대사관 청사로 사용되는 광화문 앞 옛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쌍둥이 건물과, 장충체육관이 필리핀 건설회사의 설계·감리로 1961년과 1962년에 각각 준공될 정도였다.
 우리나라가 본격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소위 `개발연대’의 첫해로 볼 수 있는 1962년에 우리 국민 1인당 소득은 87달러였다. 그때 필리핀은 이미 우리보다 거의 3배인 1인당 220달러의 소득 수준에 있었다.
 그런데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두 나라 국민 생활수준은 어떠한가. 작년 우리의 1인당 국민 소득은 1만6000달러 선을 넘어선 반면, 필리핀은 우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300달러 수준이다. 필리핀 사회의 소득분배는 극단적 양극화로 중산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아 필리핀의 젊은 근로자는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공식 통계에 잡힌 필리핀 해외근로자 수는 필리핀 총 취업 인구의 약 3% 수준인 88만여 명에 이른다. 2005년에 이들이 송금한 금액만 약 11억 달러에 달했으며, 필리핀 경상수지 흑자 시현에 기여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필리핀의 비극은 한나라의 지도자에 의해 국가가 흥하고 망하느냐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증거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경제 성장이란 복리(複利)의 게임이다. 고성장국과 저성장국 간의 국민소득과 생활수준의 격차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크게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기업 투자여건 개선을 통한 국내외 기업 투자 촉진과 한·미 FTA 등을 통한 개방과 개혁, 그리고 선진제도의 도입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함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고 법치(法治)를 이룩하는 일은 기업 투자여건 개선이란 측면에서 경제성장 잠재력 향상과 직결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지금 어떤가.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흐트러진 한·미동맹 관계에 기반한 국가안보도 걱정이지만, 기업 의지를 북돋워 주지 못하고 시장 기능 작동에 장애가 돼 정부의 각종 규제와 제도 등이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고 있다. 노조와 시민 단체들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명운이 걸린 정부 시책에 반대하는 불법 무력시위를 벌여도 용납되는 우리의 사회상 또한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민주화 투쟁 경력을 내세워 집권한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3대 정권하에서 성장잠재력이 꺼져가는 우울한 상황이다. 이들 정권의 특징은 민주화 투쟁에만 몰두해 국정 경륜 갖추지 못했고, 나라 공동체 관리의 막중한 책임을 가볍게 여겼으며, 국정 책임자가 과거를 헤집는 태도로 국민화합에 역행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무조건 퍼주기 식 대북정책을 유지했고, 세계화를 외면한채 정쟁에 몰두했다. 부정부패가 만연해 민주화 운동세력 도덕성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심지어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망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버릴 길이 없기도 하다.
 `중국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는 것이 고양이’라며 실용적 개혁 개방에 나선 이래 무섭게 성장 질주를 계속한 시기는 한국의 민주화 정권 3대와 맞물린다. 그 14년 동안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고, 중국은 무섭게 우리를 뒤쫓아 오더니 우리를 추월하려 하고 있다. 우리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낙오해 짓밟힐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행스러운 것은 김대중 김영삼 정권이 나라를 망쳐놓고 사라졌지만 노 대통령 참여정부의 임기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가 실패를 만회할 시간이 있다는 얘기다. 국민들이 참여정부를 잘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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