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모든 걸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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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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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기,연기인생 55년 맞아 영화인으로만 남고 싶다 소망 밝혀
 “정치 나랑 맞지 않아…현실서 소시민적인 느낌으로 살고 싶어”

 
 
 “난 그냥 영화를 통해 모든 걸 하고 싶어요. 정치도 사랑도 영화 속에서만 하고 싶지, 실제로는 아니에요. 현실에서는 소시민적인 느낌으로 살고 싶은 생각입니다.”
 1957년 여섯 살에 처음 영화(`황혼열차’)에 출연해 올해로 연기인생 55년을 맞은 배우 안성기<사진>는 그동안 그랬듯 앞으로도 영화인으로만 남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60세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영화에 출연하는 그는 연초부터 영화 두 편을 동시(19일)에 개봉한다. 주연을 맡은 영화 `부러진 화살’과 조연으로 출연한 `페이스메이커’가 공교롭게도 맞붙게 됐다.
 여전히 충무로의 핵심으로 활약하는 그를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선 그가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 `부러진 화살’ 얘기부터 시작했다. 이 영화는 불과 5년 전에 있었던 실화인 `석궁 테러 사건’을 소재로 사법부를 겨냥한 비판적인 시선을 담아 배우들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영화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을 연기한 그는 이 영화의 정치적인 성격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나는 그냥 시나리오 자체를 보고 판단했어요. 석궁사건이 갖는 사회적인 파장 같은 것은 잘 모르겠어요. 단순히 시나리오 자체가 굉장히 잘 구성됐고 영화로 잘 표현됐다고 봤죠. 메시지는 약자가 강자한테 당하는 구조인데, 그런 구조는 이 시대만이 아니라 예전부터 있던 소재이고…. 시나리오가 아주 얇고 정리가 잘 된 게 참 좋았죠. 두꺼운 시나리오를 보면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하느냐 싶어 어지럽거든요. 실제로 찍을 때도 정 감독이 옛날 스타일로 그때그때 편집을 해가면서 잘 정리해서 찍었죠.”
 그는 자신이 맡은 인물 `김경호 교수’를 연기하면서도 최대한 편향성을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단순히 시나리오에 나온 캐릭터를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너무 이 사람에게 인간다운 면을 넣어서 이쪽 편만 들게 해서는 안 되겠다, 근사한 사람으로 그려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가장 많았죠. 다른 영화를 찍을 때는 대개 그 인물에 애정을 주거나 부드럽고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해서 캐릭터가 조금 변하기도 하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나란 인물이 원래 가진 게 있어서 피치 못하게 그런 게 반영될 수는 있겠지만, 될 수 있으면 그런 걸 제거하려고 했죠.”
 시사회 이후 그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진다는 얘기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라디오스타’(2006)처럼 나랑 편안하게 잘 맞은 게 아니라, 그동안 못 보던 캐릭터이고 약간 껄끄러운 인물을 잘 소화했다는 의미로 좋은 평가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는 특히 정지영 감독과 다른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감독은 배우들한테 너무나도 중요하죠. 나뿐만 아니라 배우가 어떤 감독, 시나리오와 만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배우라도 어떤 영화는 기막히고 어떤 건 별로고 그런데, 정 감독이랑 나는 굉장히 잘 맞아요. `남부군’과 `하얀전쟁’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인데, 20년 만인데도 소통하는 것이 전혀 세월의 흔적이 안 느껴지고 바로 2년 전에 촬영했다 다시 만난 느낌이었어요. 또 문성근 씨는 최고의 연기였죠. 팽팽하게 날이 서 있으니까 보는 사람이 긴장하게 되고…굉장히 좋았어요. 이경영 씨도 애매모호한 감정을 잘 표현했고. 두 사람이 참 고맙고 칭찬하고 싶어요.”
 그는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보다 영화로서의 가치를 앞에 둔다고 거듭 강조했다.
 “완성도가 있고 어느 정도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것이 영화지, 그냥 고발 위주의 다큐라면 내가 출연할 이유가 없겠죠. 난 상업적인 성격을 가진 배우니까. 메시지를 그냥 세게 바로 갖다대는 표현들은 내가 할 필요가 없는 거죠. 표현이 완곡하면서 감동이 있어야 하고, 물론 영화가 잘 만들어지면 메시지도 전달이 될 텐데 전달 자체를 목표로 삼진 않는다는 거죠.”
 스스로 정치에 뛰어들 생각도 전혀 없다고 했다.
 “정치 생각은 전혀 없는데, 자꾸 있다고 소문이 나네요. 지난번에도 문광부 장관 하마평 관련해 기사가 났는데, 나는 전화받은 적도 없고 아무런 관련도 없거든요. 그렇다고 먼저 나서서 아니라고 하는 것도 우습고….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는 거죠. 행동으로 보여주면 잠잠해지니까. 정치는 나하곤 안 맞아요. 영화하는 게 행복하고 좋기 때문에 다른 건 할 생각이 없습니다.”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 그는 주인공 `주만호’ 역의 김명민에게 투지의 불씨를 당기는 마라톤 감독으로 출연했다. 목표를 위해 인정사정 가리지 않는 독한 인물이다.
 “성격이 너무 단선이라 좀 어려웠어요. `주만호’를 위해 달려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걸 받쳐줘야 하는 역할이고…. 그러다 보니 표현에 한계가 좀 있었죠.”
 연기도 어려웠지만, 마라톤 감독으로 계속 서서 기록만 재야 하는 것도 좀이 쑤셔서 힘들었다고 했다. 마음 같아선 김명민처럼 뛰고 싶었다는 것.
그는 지난해 개봉한 `7광구’에서도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고난도 액션을 소화한 바 있다.
 “체력으로 보면 내 나이가 40대 초반 정도예요. 몸 나이가 다른 사람들보다 20년은 젊은 거 같아요. 주체할 수 없는 힘을 누르기가 어렵달까(웃음). `페이스메이커’ 찍을 때 (김명민이랑) 같이 뛰는 장면도 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수십년간 계속 운동을 해서 그런 거 같아요. 평소에도 몸이 더부룩한 느낌을 견디지 못하니까 무조건 뛰어야 하고, 그래야 편안해져요. 기본적으로 운동을 격일로 1시간 조금 넘게 하고 있어요.”
 그는 충무로의 대표 영화인으로서 연기 외에도 영화와 관련된 일에는 몸을 사리지 않고 열성적으로 나선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전주·부천·제천·DMZ국제영화제와 아시아나단편영화제 등 국내 주요 영화제의 집행위원이나 조직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불법다운로드 근절 캠페인 공동위원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까지 맡았다. 게다가 환경운동연합 홍보대사, 유니세프 친선대사 직함도 있다.
 “그러니까 내 시간은 없어요. 이 나이쯤 되면 어디 여행이라도 가고 그럴 수 있는데, 수십 년을 그렇게(쉬지 않고 일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따로 내 시간을 갖고 그런 게 잘 안 돼요.”
 요즘 시간이 날 때는 막내아들이 아이팟에 넣어준 옛날 음악을 듣거나 그림 그리기를 즐긴다며 그는 해맑게 웃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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