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원전 1호기는 사경을 헤매는 중환자를 떠올리게 한다. 고장 - 발전정지 사실이 발표될 때마다 그런 생각은 더욱 굳어진다. 지난달 29일밤 발전정지된 월성1호기는 오는 20일이면 실시설계수명 30년을 다 채운다. 이런 시점에 덜컥 서버렸고보면 수한(壽限)이 다 됐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무게가 실리게 마련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월성원전 1호기가 멈춰서자 “운전원의 전원 차단기 조작 과실”이라고 원인을 밝혔다. 전문기관이 정밀조사를 해서 밝혀낸 결과이니 그럴 것이다. 원인규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월성1호기의 고장이 너무 잦다는 사실이다. 월성1호기는 지난 30년동안 모두 55차례 고장을 일으켰다. 월성원전사고 102건 가운데 절반 이상을 1호기가 차지한다. 7천억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 설비를 뜯어고쳤지만 올해 들어서만도 4차례나 고장을 일으켰다. 심지어는 설계수명이 꽉 차게 되는 시점을 20일 남짓 앞두고까지 탈이 났다. 운전원의 과실보다는 설비가 낡을대로 낡았다는 반증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월성1호기의 수명이 연장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계속운전 허가가 오는 20일까지 나올지도 확실치 않다. 그만큼 정부의 고민이 깊다는 반증이다. 한수원은 설계수명이 끝나는 시점까지 계속운전 허가가 나오지 않으면 일단 발전소를 정지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새해에 등장할 다음 정부가 결정권을 행사케하려는 계획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정부가 매듭을 지어주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럴 수 없는 처지라면 수명을 연장시키지 않는 것만으로도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현재 우리의 전력난은 심각하다. 오죽하면 해묵은 `9·15정전대란’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을 것인가. 지난 여름은 간신히 념겼지만 올겨울의 전력난이 또 기다리고 있다. 67만㎾급 월성1호기를 세워두면 당장 아쉬울 수밖에 없는 처지임은 틀림없다. 그렇다하나 전력난이 안전성보다 윗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다. 한수원도, 정부도 설계수명 막바지에 덜컥 서버린 월성1호기에 대한 미련은 이제 접어야 한다 .이제는 월성1호기의 발전공백으로 생기는 전력부족을 채울 대책 마련에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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