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복 차림 양손엔`봉다리’ 포스코건설, 전통시장 살리기 초석 다졌다
  • 이진수기자
근무복 차림 양손엔`봉다리’ 포스코건설, 전통시장 살리기 초석 다졌다
  • 이진수기자
  • 승인 201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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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1일 포항 죽도시장에서 장을 보는 포스코건설 직원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포스코건설의 장보기 행사는 전국 최초이며 전통시장 살리기의 `롤모델’이라는 평가다. /임성일기자 lsi@hidomin.com
 9년전 죽도시장과 자매결연
 직원들 매월 1회 장보기 나서
 전국 최초이며 `롤모델’
 
 상인대학 운영, 서비스향상 기여
`팔면 그만’→`친절이 장사’변화
 
 상인들 “포스코건설 있어 든든
 돈으로 환산 못하는 경제 효과
 도움 보답하고자 봉사모임 결성”
 기업·지역사회 아름다운 동행


 지난달 21일 포항 죽도시장 인근 주차장에 포스코건설 직원들이 모여 들었다.
 오후 4시. 아직 근무시간인데 200여명의 직원들이 죽도시장 주차장에서 오뎅탕으로 막바지 꽃샘추위를 녹였다.
 죽도시장 상인회에서 마련한 고객맞이 정성이다.
 잠시후 이들은 삼삼오오 죽도시장으로 향했다. 이른바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가 시작됐다.
 근무복과 정장 차림의 장정들이 대거 죽도시장으로 들어서자 시장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어서 오세요” 하며 상인들이 웃으며 맞았다.
 몇몇 상인들은 “포스코건설 직원들이 장보러 왔네. 그렇지, 오늘이 셋째주 목요일이지,,,.”하며 반겼다.
 #2004년 포스코건설·죽도시장 자매결연
 직원들은 죽도시장의 명물인 활어가게를 비롯해 건어물, 농산물가게 등을 두루 다니면서 물건을 골랐다.
 12번 회식당에서 발걸음을 멈춘 몇명은 활어회를 주문했다.
 주인 지금옥(여)씨는 “잠시만 기다려요, 맛있게 해드릴께요”라며 연신 웃으면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회를 썰었다.
 지씨는 “포스코건설의 장보기가 상인들 수입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13년째 회를 썰고 있다는 그는 “죽도시장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한다. 서민들이 많이 찾아야 한다”며 “포스코건설 같은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요즈음 활어 가격이 어떠냐고 묻자, 지씨는 “지난 겨울 강추위로 가격이 20~30% 올랐으나 우리는 기존 가격으로 고객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인호 포스코건설 과장은 “전통시장에서 장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이제는 상인들과 제법 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포항 죽도시장은 경북 동해안 최대의 전통시장으로 포항이 자랑하는 명물이다.
 바다에서 갓 건져올린 문어, 갈치, 고등어, 오징어, 해삼, 전복 등 싱싱하고 다양한 해산물이 골목마다 즐비하다.
 타지인들이 이곳에 오면 입이 다물어 지지 않을 정도다.
 포스코건설이 죽도시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4년 5월 27일.
 #매월 셋째주 목요일은 장보는 날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대형마트의 공세로 전통시장에 위기가 찾아왔다. 상권이 갈수록 위축됐다.
 이때 포스코건설이 수호신을 자처하고 나섰다.
 회사는 “대형마트로 인해 전통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활성화 방안을 고민한 끝에 우선 자매결연을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해 7월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직원들의 매월 1회 죽도시장 장보기가 시작됐다.
 전국 최초로 기업의 전통시장 장보기이다.
 조폐공사에 의뢰해 죽도시장 사랑권(온누리 상품권)을 제작했다.
 장보기 편리하도록 3만원권으로 했다.
 이후부터 9년이 흐른 지금도 포스코건설의 매월 셋째주 목요일은 어김없이 죽도시장 장보는 날이다.
 벌써 지난달로 98회를 맞았다. 오는 5월 100회를 앞두고 있다.
 장보기에 가족들도 함께 하기도 한다.
 특히 명절에는 온 가족이 전통시장 체험에 나설 정도다.
 회사 직원은 “처음에는 남자가 장을 본다는 것이 다소 어색했으나, 자주 찾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고 가족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때로는 업무에 지치고, 세상사가 귀찮을때 이곳에 와 파닥파닥 뛰는 해산물과 시장 특유의 활력 넘치는 상인들을 볼때 힘이 솟는다”며 “오히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운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죽도시장 장보기에 이어 상인대학을 개설했다.
 투박한 경상도, 여기에 바닷가의 억센 사투리와 기질이 시장 운영에 가장 큰 문제였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친절하고 세련된 서비스, 편리한 공간 등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타 지역 고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에도 한계였다.
 무엇보다 상인들 의식 개선이 우선이었다.

 #친절이 장사다. 상인대학 운영
 2004년 10월부터 시작된 상인대학 강좌는 매월 1회 개최됐다.
 강좌 때마다 30~50명의 상인들이 모였다.
 처음에는 `장사하기도 바쁜데,,,.’ 하며 시큰둥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친절이 곧 장사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상인들의 태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객에게 화내지 마라 △상냥하게 웃어라 △인사해라 △가격을 속이지 마라 △지나친 호객행위를 자제해라 등 친절을 중심으로 한 교육이 이어졌다.
 장보기가 배고픈 이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라는 상인대학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상인들의 친절은 향성됐으며 경영 현대화에도 눈뜨게 됐다.
 이전에는 `그냥 막 팔면 된다’는 사고에서 `친철’과 `경영’의 개념을 받아들인 것이다.
 건어물 가게 김모(57)씨는 “예전에는 손님이 물건 안사면 짜증내는 일이 다반사였지요. 하지만 상인대학으로 의식이 많이 개선됐다”며 “포스코건설이 있어 전통시장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의 전통시장 장보기와 상인대학 운영은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탔다.
 #전통시장 살리기 전국으로 확산
 이듬해인 2005년부터 전국 지자체 및 상인단체들이 죽도시장을 벤치마킹했다.
 포스코건설과 죽도시장이 국내 전통시장 활성화의 `롤모델’이 된 것이다.
 이창혁 죽도수산시장 상인회 행정국장은 “국내 어느 기업이 전통시장 장보기를 기획하고 추진한 적이 있느냐”며 “포스코건설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건설의 전통시장 장보기 및 상인대학 운영은 전국 최초이며`롤모델’이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건설은 매월 500여만원의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한다.
 설·추석 명절의 특별 구매까지 포함하면 연간 총 8000여만원이다.
 전통시장 살리기는 타 기업과 단체 등으로 파급됐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지역 기업들도 명절에는 대규모의 상품권을 구매하고 있다.
 또 국내 기업들도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서는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여성 단체들도 장보기에 힘을 보탰으며 포항시도 다양한 행정 편의를 제공했다.
 `전통시장을 살리자. 차례상 준비는 전통시장에서’이라는 분위기가 정착된 것이다.
 중소기업청도 이같은 변화를 감지했다.
 중기청은 죽도시장 상인들의 의식 변화를 조사한후 전통시장 살리기 예산을 지원했다.
 아케이드 설치와 주차타워 등 시설 현대화에 쓰여졌다.
 #전통시장 활성화·상인 의식에 큰 영향
 포스코건설의 재매결연과 상인대학 운영이 죽도시장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죽도시장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상당하다고 말했다.
 우선 포스코건설로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사회적 분위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전까지는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에 어느 단체가 나선 적이 없었다.
 따라서 포스코건설을 시발점으로 전국적으로 전통시장 장보기가 확산됐으며 이는 곧 전통시장 살리기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상인들의 의식 개선 또한 큰 성과다.
 이대로는 대형마트에 먹히겠다는 위기감 속에 고객들에게 친절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식 변화다.
 이는 대형마트와의 싸움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큰 무기이다.
 이 국장은 “포스코건설의 전통시장 장보기와 상인대학 운영은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유·무형의 가치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죽도시장 상인들은 `좋은 일하는 사람들’모임을 만들었다.
 #상인들 봉사활동으로 보답
 회원은 50여명. 이들은 교도소 방문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상인들 봉사단체로는 전국 최초라는 귀뜸이다.
 이 국장은 “우리는 그동안 포스코건설 및 시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제는 우리도 좀 베풀고 봉사하면서 살자는 취지에서 모임이 결성됐다”고 설명했다.
 죽도시장 상가번영회는 청결하고 깨끗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지난 달부터 매월 15일을 죽도시장 청소의 날로 정해 활동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포스코건설에서 영향을 받은 의식 변화다.
 김성재 죽도시장 상가번영회 회장은 △아케이드 및 화장실 확대 △상인대학의 지속적 운영으로 상인의식 개선 △특화상품 개발 등으로 죽도시장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죽도시장, 전국 최고의 친절시장 목표
 포스코건설이 전통시장에 많이 기여했다는 김 회장은 “고객이 대형마트와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국에서 가장 친절한 죽도시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께 포스코건설 직원들은 죽도시장을 나왔다.
 200명의 직원들은 이날 530만원어치의 장보기를 가졌다.
 모두들 손에는 한아름의 장거리가 들려 있었다.
 무엇을 사느냐고 묻자 한 직원은 “오늘 저녁은 고등어 찌개로 가족들과 식사할 것이다”며 고등어 3마리와 파, 무, 시금치, 두부에 과일을 내보였다. 언뜻 보아도 3만원이 넘는 장보기다.
 “다음에 또 오이쇼”하는 죽도시장 상인들의 밝은 목소리가 봄바람 마냥 정겹다. /이진수기자jsl@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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